“치열한 한인 삶 쓰는게 자랑스러워”

  • 입력 2008년 1월 26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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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변호사 접고 작가 변신한 이민진 씨

NYT등 美언론 집중 조명… 뉴욕서 독자와의 만남

“한국계 미국인 작가라는 점이, 그리고 한인들의 삶에 대해 글을 쓰는 작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백만장자들을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을 출판해 미국 평단의 관심을 끈 한인 작가 이민진 씨가 22일 뉴욕에서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 ‘백만장자…’는 3월에 한국에서 번역 출판될 예정.

‘백만장자…’는 뉴욕에서 세탁소를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한인 이민자 아버지와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딸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 소설은 유에스에이투데이, 뉴스위크 등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뉴욕타임스는 북리뷰 1개면을 털어 소개하기도 했다.

작가 이 씨는 일곱 살이던 1976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가 예일대와 조지타운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뉴욕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5년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제 나이는 25세였는데 연봉이 10만 달러를 넘고 비서까지 있었지요. 그렇지만 일에만 빠져 살면서 ‘이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좀 덜 벌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고 생각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길은 쉽지 않았다. 출판사로부터 수없이 많은 퇴짜를 맞았다. 일부 출판사는 “소설이 지나치게 한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이 씨는 “만약 그때 누군가가 책을 출판하는 데 1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면 변호사란 직업이 그렇게 힘들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행사장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그는 한인들을 소재로 소설을 쓴 것에 대해 “뉴욕의 세탁소, 델리(간이 음식 판매업소) 등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인들의 모습은 충분히 예술적 표현의 대상이 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에 섹스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남편이 초고를 읽어 보고 ‘흥미가 좀 떨어진다’고 말한 게 직접적인 이유였지만 섹스가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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