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적 단서들 조합해 전체 기억 복원 “뇌 내측 전전두피질도 큰 역할”

  • 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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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어디서 봤더라?’

길에서 마주친 여성의 얼굴이 낯익다. 지나치고 나서야 지난 미팅에서 만난 게 기억난다. 머리를 짧게 잘라 금방 못 알아본 것. 머리 모양은 사람을 기억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기억을 떠올릴 때는 보통 여러 가지 단서에 의존한다. 고려대 심리학과 최준식(사진) 교수팀은 이 같은 단서들을 짜 맞춰 완전한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이 뇌의 가장 앞부분인 ‘내측 전전두피질’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내 ‘저널 오브 뉴로사이언스’ 지난달 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바닥이 보이지 않게 뿌연 물이 채워진 지름 1.8m의 통에 넣고 벽에 설치된 단서(특이한 모양의 표지판) 4개를 통해 물속에 숨겨진 발판을 찾아 탈출하는 훈련을 시켰다. 그 다음 단서 3개를 없앴다. 정상 쥐는 나머지 한 단서만으로 발판의 위치를 찾아 무사히 탈출했다. 그러나 내측 전전두피질이 손상된 쥐는 탈출에 실패했다.

일상생활에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는 달라지기 일쑤다. 밤에 찾아갔던 장소를 낮에 갈 경우 주변 건물과 도로의 색깔이나 분위기는 어두울 때와 다르게 보인다. 건물과 도로의 위치나 형태 같은 다른 단서들을 조합해 원하는 장소를 찾아내야 한다.

이처럼 부분적인 단서들을 조합해 기억 전체를 떠올리는 복원 과정을 심리학이나 신경과학에서는 ‘패턴 완성’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는 패턴 완성이 뇌의 해마에 있는 CA3란 부위에서만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해마는 뇌의 양쪽 관자엽(측두엽)에 있는 기억담당 영역.

최 교수는 “CA3뿐 아니라 내측 전전두피질도 패턴 완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부위가 손상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패턴 완성의 메커니즘이 상세히 밝혀지면 기억상실 환자나 기억력이 월등히 뛰어난 사람의 뇌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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