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유학생 출신 귀순과학자 김상봉씨 주역 풀이한 ‘數易’펴내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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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의 구성 원리를 분석한 ‘수역’을 펴낸 옹산 김상봉 씨가 주역 64괘의 회전대칭구조가 양자역학의 초대칭성의 원리와 어떻게 부응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주역’의 구성 원리를 분석한 ‘수역’을 펴낸 옹산 김상봉 씨가 주역 64괘의 회전대칭구조가 양자역학의 초대칭성의 원리와 어떻게 부응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복희 8괘를 디지털코드로 옮긴 것. 양효(―)를 1로, 음효(--)를 0으로 대체하고 괘상에서 위에서 아래로 가는 순서를 디지털수상에선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바꿔 배열한다.
복희 8괘를 디지털코드로 옮긴 것. 양효(―)를 1로, 음효(--)를 0으로 대체하고 괘상에서 위에서 아래로 가는 순서를 디지털수상에선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바꿔 배열한다.
북한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에 1기 국가장학생으로 뽑혀 6·25전쟁 중 동독으로 유학을 떠났다. 거기서 학문의 자유를 맛본 그는 기계공학 석사 논문을 마친 스물네 살에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망명했다. 뮌헨에서 정밀공학을 더 공부하다 운명처럼 만난 남한 음대생과 결혼한 뒤 서른 살에 남한으로 이주한다. 이후 테크노크라트로 변신한 그는 상공부 산하 한국정밀기기센터 유럽사무소장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산업화의 첨병으로 활약했다.

공학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온 그가 동양 최고의 비경(秘經)으로 꼽히는 ‘주역’의 비밀을 파헤친 책을 냈다. ‘21세기 주역과 과학의 획기적 만남’이란 부제가 붙은 ‘수역(數易·은행나무 출판사)의 저자 옹산 김상봉(72)이다.

“성장기의 대부분을 서양에서 보낸 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서양 과학의 신봉자였소. 독일서 산 햇수만 20년이고 지금도 웬만한 과학책은 모두 독일어 책으로 읽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선에서 은퇴한 뒤 시인이자 불교학자인 야석 박희선(1923∼1998)을 만나면서 그동안 내 삶이 헛된 것임을 깨닫고 1996년부터 계룡산 산자락에 들어가 동양의 지혜를 현대 과학으로 풀어 내는 작업에 매달리게 됐습니다.”

야석은 2개의 분단국가를 가로지르면서 동서양을 넘나든 그의 업(業)을 풀어내는 길로 동양 역학(易學)과 서양 역학(力學)의 접목을 권했다. 옹산은 그 첫 작업으로 단군시대부터 전해졌다는 ‘천부경’의 지혜를 3이란 숫자의 세계관으로 풀어 내는 일에 착수했다. 그런 작업 도중 양과 음으로 이뤄진 2의 세계관을 담은 ‘주역’을 먼저 풀어야 3의 세계관을 해명할 수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게 ‘수역’이다. 주역을 연구하는 이들은 경문(經文) 풀이에 골몰해 왔다. 그러나 옹산은 그것을 건너뛰고 곧바로 64괘의 구성 원리 분석에 집중했다. 그는 양효(―)와 음효(--)를 1과 0에 대응시키는 3자리 디지털 부호로 변환시키고 다시 이를 적과 청을 활용한 3칸짜리 컬러 도상으로 변환시켜 주역의 괘가 음양대칭 대각대칭 회전대칭 등 다양한 대칭구조가 복합된 중층구조라고 분석했다. 또 주역 64괘가 32쌍의 대칭구조이며 그것도 단순히 음양이 아니라 회전대칭 구조로 이뤄졌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는 주역에 대한 막연한 직관적 이해를 명쾌한 구조로 분석해낸 것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연구였다.

“역은 복희의 8괘, 주문왕의 64괘, 공자의 유가역, 한말의 상수(象數)역으로 변천해 왔습니다. 8괘가 기초적 부호(符號)역이라면 8괘를 각각 상괘와 하괘로 짝지어 만든 64괘는 하늘의 뜻을 점치는 신도(神道)역이었습니다. 공자는 이를 인간세계에 적용한 인도(人道)역으로 풀어냈고 상수역은 이를 자연세계에 적용하도록 발전시킨 것입니다. 제가 개발한 수역은 그 상수역을 극대화함으로써 삼라만상의 원리를 규명하는 기초를 마련한 것이지요.”

옹산의 연구는 사실상 ‘주역’의 DNA 구조를 밝혀낸 것에 비견할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이를 토대로 2개 괘의 이층구조로 이뤄진 주역의 괘상을 32층 구조까지 확대해 그 괘가 280조에 이르는 2효다층괘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지금까지 주역 연구가 수학으로 봐서 미분의 원리를 적용했다면 저의 수역은 적분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의 다음 과제는 2의 사상을 능가하는 천부경의 3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내는 것이다. 그는 “흑과 백 또는 빨강과 파랑으로 이뤄진 ‘주역’의 태극과 달리 한국의 전통적 태극은 빨강 파랑 노랑의 3원색으로 이뤄졌다”는 말로 그 연구의 단초를 소개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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