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신화]외교도 민생이다

  • 입력 2007년 12월 6일 02시 56분


코멘트
대통령 선거가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 간 정책 대결은 별로 없이 상대적으로 덜 부도덕하거나 덜 무능한 사람을 찾는 ‘차악의 선택’을 강요받는 선거란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 없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권자의 민도가 여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현 정권을 평가해야 한다는 ‘회고적’ 성격과 ‘경제 살리기’란 구체적 염원을 강하게 띤 이번 대선에선 어떤 ‘한 방’도 이미 정해진 유권자의 마음을 바꾸긴 힘들 것 같다. 역대 주요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해 온 북풍(北風)의 위력 역시 한계에 달한 듯싶다.

얼마 남지 않은 유세기간에 경제 회생과 민생대책에 관한 더 많은 선심성 공약이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다. 이념이나 감성, 네거티브 캠페인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각 선거캠프의 판단에 따른 것만이 아니라 경제 문제가 가장 절실히 유권자의 피부에 와 닿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외교 안보 이슈가 대선 어젠다의 우선순위에서 빠져 있는 듯해서 염려스럽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바뀌면 대외정책도 급선회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9월에 출범한 일본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내각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며 아시아 외교의 복원 및 강화를 강조했다. 호주에서는 11년간 재임한 친미(親美) 노선의 존 하워드 총리가 지난달 총선에서 패배하고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이라크전쟁, 기후변화협약 등에서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지구촌시대 국민의 삶과 직결

미국의 경우 2001년 취임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적 가치의 적극적인 확산과 군사적 안전을 강조하며 8년여에 걸친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었다. 우리나라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북한에 대한 인식과 정책 차이로 한미관계가 소원해지고 한미일 공조가 약화되는 경험을 했다.

외교적 노선의 전환은 소수의 지도자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그 결과 타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한 국가의 미래가 변하게 된다. 정부가 주도하는 외교 영역은 대다수 국민에게 일상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화 정보화 초국가적 관계의 확대로 대변되는 지구촌시대에서 ‘주변국과의 상호관계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구현하는 과정’인 외교는 국민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같이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숙명을 떠안고 사는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세계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도전자로 부상하는 중국의 치열한 패권 경쟁이 불가피한 21세기 국제무대에서 이들 간 경쟁의 ‘지정학적 최전선(frontline)’에 놓인 한국이 외교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일은 국가생존전략을 짜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무엇을 추구하는지, 중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지, 일본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역내 국가는 미래 지역질서에 대해 어떠한 로드맵을 구상하는지와 관련해 이들 국가의 대외정책을 살피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압도당하지 않기 위한 외교적 대응전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푸틴의 러시아가 펼친 실용주의적 사고에 기초한 외교 전략이 우리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국익 극대화를 위해 ‘실용주의적 전방위 외교’를 펼치는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중간 국가로서의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미국과 중국 및 통합유럽이라는 국제관계의 주요 행위자와 사안에 따라 협력과 견제를 혼용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한다. 한국의 국력과 국제사회에 선 위치가 러시아와 같은 외교적 행동반경을 허락할 것인가? 불행히도 이에 대한 대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지도자 외교역량 따져 봐야

선거란 과거를 평가하고 이를 거울삼아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현명한 대외관계의 운영이 국민의 안전 및 발전과 직결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선거를 통해 지도자의 대외정책 방향과 외교 역량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코앞에 닥친 민생 현안과 백년대계인 교육 문제와 더불어 외교를 생각하는 마음이 12월 19일 투표소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에 묻어 있으면 좋겠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