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귀희]장애인 손만 잡지 말고 공약 채택을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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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세계 각국이 장애인 인권 확보와 복지 향상에 힘써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기 때문에 12월 3일은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간다. 하지만 이날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하는 것이다.

얼마 전 6주년을 맞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진정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년 동안의 진정 사건이 3만 건에 이르는데 장애인 차별에 대한 진정이 두 번째로 많았다. 이것은 장애인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잘 말해 준다.

장애인 인권헌장은 1998년 선포됐다. 모두 13개 항으로 구성된 인권헌장의 첫째 항에서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및 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선 정국이라 정치 영역에서의 차별을 말하자면 대선 후보들이 장애인을 유권자로 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정치적 차별이다. 장애인은 그저 대선 후보의 선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활용될 뿐이다. 장애인 손을 잡아 준다거나 휠체어를 밀어 주는 정도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탓인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다. 그리고 장애인 공약은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생각다 못해 장애인들이 범장애계 대선공약실현공동행동을 조직하고 2007 대선 장애인공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어느 후보도 그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공약으로 삼지 않았다.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장애인들이 살기 좋아졌다고 말이다. 장애인 복지가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건물 앞에 경사로가 설치됐고 장애인 주차구역도 확보됐다. 또 장애인을 위한 여러 할인정책이 있고 최근에는 중증장애인의 생활을 도와주는 활동보조 서비스까지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왜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일까? 그것은 그런 정책들이 아직도 시혜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사람답게 살기를 원한다. 장애인은 자유 의지대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해 나가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인권 확보를 부르짖는 것이다.

지체장애 1급인 필자는 현명한 부모 덕분에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교육 혜택으로 직업도 갖고 있지만 거리에 나가면 그저 중증장애인일 뿐이다. 얼마 전 부산 공무원교육원 강의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부산역에 갔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열차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역내 서점엘 들렀는데 젊은 사람들이 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책을 꺼내 읽었는데 서점 주인이 퉁명스럽게 내게 명령했다. 손님들 들어오는 데 방해가 되니 나가라는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장애인 인권의 현실이다. KTX에 장애인석을 만들고 요금도 50% 할인해 줬지만 역사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면 장애인 복지 서비스는 의미가 퇴색된다. 우리 국민 모두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다는 인식을 갖는 그날이 돼야 장애인 인권이 보장될 수 있다. 12월 3일은 세계장애인의 날이고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일이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에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방귀희 솟대문학 발행인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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