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구자룡]중국發서프라이즈와 임팩트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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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는 비공식 지표 중에 ‘그린스펀의 가방 지표’라는 것이 있었다. 18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 출근할 때 든 가방이 두툼하면 미 언론이 “뭔가 골치 아픈 일이 있다”며 경기 전망이 안 좋을 것이라고 썼다. 지표가 맞는지를 떠나 미국의 영향력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발 소식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할지 모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중국이 세계를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

먼저 하늘. 지난달 24일 발사된 중국의 달 탐사 위성 ‘창어 1호’는 달 궤도를 돌며 엊그제부터 달의 자원을 탐사 중이다. 창어 1호가 보낸 3차원 달표면 사진이 26일경 처음 지구에 전송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유인 우주왕복선 발사에 두 차례나 성공했다. 1월에는 지대공 미사일로 850km 상공의 위성을 요격했다.

바다는 어떤가. 최근 중국 잠수함 한 척이 일본 남부와 대만 사이에서 훈련 중이던 미 해군 함대의 대잠 경계망을 뚫고 키티호크 항공모함 근처까지 접근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한 관리는 “이번 사건이 미국에 준 충격은 1957년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한 것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는 5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첫날 시가총액(2000년 4월 이미 상장된 홍콩 뉴욕 증시 포함)이 1조784억 달러(약 976조6500억 원)로 단숨에 미국 엑손모빌(4870억 달러)을 2배 이상으로 제치고 세계 1위로 떠올랐다. 어제(19일) 한국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의 1757개 기업 전체 시가총액은 1050조 원이었다.

지난해 10월 홍콩과 상하이 선전 증시에 상장한 중국공상은행은 219억 달러를 끌어모아 세계 기업공개(IPO) 사상 최고액을 갈아 치웠다.

‘예정된 놀람’도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32개로 미국에 불과 4개 뒤졌던 중국은 내년에는 ‘개최국 프리미엄’까지 합쳐서 처음으로 종합 1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올림픽 전 중국은 3세대 이동통신의 독자적인 표준도 상용화한다. 지금까지 북미식(CDMA-2000)과 유럽식(WCDMA)으로 양분된 이통 시장에서 ‘차이나 표준(TD-SCDMA)’을 출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10억 명(지난해 말 약 4억 명)까지 늘어날 거대 시장이 뿜어 내는 힘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식품이나 공산품의 안전 문제가 주는 ‘임팩트(충격)’도 다른 나라와 비견될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차이나 프리’(중국산 원료 포함 안 됨)라는 말이 나올까.

다양한 사회와 문명이 어떻게 생성 붕괴했는지를 분석한 미국의 재러드 다이아몬드(‘문명의 붕괴’)는 “중국의 13억 인구가 서구 기준의 생활수준에 도달하고자 할 때 세계의 자원소비와 환경 등에 가할 ‘인적 임팩트(human impact)’야말로 앞으로 세계의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미래가 세계의 미래”라고까지 표현했다.

내일은 또 어떤 중국발 소식이 우리를 놀라게 할까.

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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