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언론운동 투사’ 최민희 씨의 이중성

  • 입력 2007년 11월 5일 2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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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에서 찬성 5표, 반대 4표로 지상파 TV의 중간광고를 허용하기로 의결했다. 찬성표를 던진 방송위원은 여당 추천 6명 가운데 조창현 방송위원장을 제외한 5명이었다. 따라서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지상파 TV의 광고수입을 늘려 주기 위해 방송사 편을 들고 있다는 의구심이 짙어진다. 방송위는 14일 공청회를 거쳐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시행령 개정에 대한 국무회의의 승인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방송위의 이날 결정으로 미루어 정부 내부에서도 ‘중간광고 허용’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중간광고 도입에 찬성한 방송위원 중 두드러진 인물은 최민희 부위원장이다. 그는 과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활동을 하면서 일관되게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언련 사무총장이던 2001년 12월엔 한 신문의 칼럼을 통해 “돈의 위력이 방송을 종속시키려 할 때 방송의 공익성을 지켜 내야 할 보루가 방송위원회”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 방송위 의결을 하루 앞둔 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선 “중간광고가 빨리 허용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같은 자리에서 조 방송위원장이 “아직 의견 조율이 안 된 상태”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끼어들어 시청의 흐름을 방해할 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광고 의존도를 높여 방송의 상업화를 부채질한다. 시청자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데 방송국의 주장을 대변한 그의 변신이 놀랍다.

그가 시민운동가에서 차관급 고액 연봉에 전용차가 나오는 방송위 부위원장으로 옮겨 갈 때도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자 민언련은 “방송위원은 방송사 등 업계의 이익에서 자유로운 사람, 방송의 공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 시청자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이유로 최 씨를 감쌌다. 이제라도 민언련은 그의 퇴진을 요구해야 옳다.

언론운동가 출신이 중간광고 도입에 찬성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배신이다. 민언련도 어제 방송위의 결정에 대해 “논의의 절차가 잘못됐고, 논리 자체도 문제가 있다”며 철회를 주장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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