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전 대표의 大道와 이재오 최고위원의 거취

  • 입력 2007년 11월 5일 2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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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움직임으로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전 총재와 이명박 후보가 만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상황이나 이 전 총재의 지방 칩거로 대화마저 끊긴 상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아름다운 승복’의 정신을 되살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만류함으로써 당의 화합과 단결의 고리 역할을 해 줘야 당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그런 기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 특정인의 ‘대통령병(病)’ 때문에 당의 존립이 흔들려서야 되겠는가.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박 전 대표의 어정쩡한 태도가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그가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방관자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이 전 총재와 그 주변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어제 “제가 정치발전을 위해 경선에서 승복까지 했는데, 당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이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이 후보 측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이 후보 측의 잘못이 크다. “아직도 경선 중인 걸로 착각하는 세력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안하무인격 독설에서 드러나듯 ‘승자독식’의 사고에 젖어 패자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 이 후보부터 대범한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도 물 건너갈 수 있다. 박 전 대표도 자신의 손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다시피한 당이 그런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이 후보가 내민 손을 잡아야 하고, 이 전 총재에게는 ‘출마 불가’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것이 대도(大道)이고,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 자신이 사는 길이다.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언행이 불화를 초래한 데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한발 물러서는 결단도 필요하다. 참된 정치인이라면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 다수 국민이 원하지 않는 좌파정권의 연장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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