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학기]FTA해법 ‘명품 농산물’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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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지역 공동체나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상호 경제적 이익과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3대 경제 대국에 무역 의존도가 80%에 이르면서도 FTA 체결 건수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하위권이다. 자원 빈국인 한국으로서는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더 많은 국가와의 FTA 체결이 국가의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다.

농업은 그 자체의 공익적 가치는 물론 국민 건강과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그러나 FTA 체결을 놓고 보면 한국의 농업은 위기의 산업으로 평가된다. 농업이 개방에 대처할 인프라스트럭처와 구동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전에 세계 시장과 맞서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자원 기술 환경 등 국내외 여건 전반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전략으로 대처해야 한다. 핵심은 농업 속에 잠재한 기회 요소를 찾는 일과 그에 대한 창조적 가치생산을 위해 산학관연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이며, 막연히 세워 놓은 FTA 대책 기금 119조 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가이다. 여기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한미 FTA가 성사되면 우리 쌀은 값싼 외국쌀에 밀려 끝장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값비싼 우리 쌀 10여 개 브랜드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자국의 값싼 쌀 대신 가격이 20배에 이르는 일본쌀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FTA와 함께 한국 농업이 값싼 농산물 수입으로 좌초당할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안전성 기능성 수월성을 갖춘 고품질로 정면 도전하는 것이 정답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질이 값에 우선하고, 건강에 좋다면 값에 관계없이 구매하는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족이 4500만 명이나 되는 미국 시장이 있다. 그 시장은 일본 중국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통한 기능성 쌀(적토미, 흑미 등)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쌀이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창조적 전략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할 것이다. 글로벌 마케팅은 이미 양과 가격 중심에서 질과 가치 중심으로 이동했다.

이미 세계는 국가 간 장벽이 없는 동일 시장이 됐다. 시장은 또다시 프로슈밍(생산적 소비)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 개방은 좌절을 안겨 줄 수도 있지만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칠레 FTA로 걱정되던 한국의 키위가 오히려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고, 파프리카는 일본 시장 점유율 1위이며, 국화 장미 백합 등의 수출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포도가 미국으로 수출되는가 하면 사과는 대만, 배는 미국과 대만으로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고품질과 기능성, 안전성을 포함한 로하스 농산물의 다양성이다.

우리는 이미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고급 소비시장에서 겨룰 만큼의 시설과 기술을 갖추고, 그들의 요구와 입맛을 충족할 수 있는 상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들 국가로부터 품질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시장 창출을 위한 자금도 119조 원이나 있다.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 우리는 고품질 시장과 수출 농업에 주저 없이 도전해야 한다. 농업에서도 역시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며 승부를 결정한다. 우리에게는 어떤 품목과 방법을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남았다.

김학기 강릉대 교수 식물응용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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