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監 鄭監으로 둔갑한 국감

  • 입력 2007년 10월 17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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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대통령 선거의 볼모로 잡혔다. 원내 1, 2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상대 당 대선후보를 물어뜯기에 정신이 팔려 국정 전반을 감시하고 교정(矯正)해야 할 국감 본연의 기능을 내팽개쳤다. 상임위원회마다 ‘이명박 정동영 검증 공방’만 치열하다.

어제 정무위는 이른바 ‘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 증인 채택안을 신당이 단독 처리(11일)한 여파로 양당 의원들이 대치한 탓에 국무조정실 및 총리비서실에 대한 국감을 시작도 못했다. 대부분의 경제 관련 상임위에서도 이 후보의 경부운하 공약, ㈜다스의 실소유자 규명 및 차명투자 의혹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행자위에서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정 후보에 대한 전주 폭력조직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제기했다. 또 박세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 후보와 정 후보 처남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감사는 민생정책 등 현재의 국정 운영 및 세금 운용 전반에 대해 잘잘못을 살피고, 장래의 예산 심의 및 입법에 활용하라고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기능이다. 특히 이번 국감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깊이 있게 따져 차기 정부가 거울 삼도록 할 마지막 기회다. 경제성장 둔화와 민생 악화, 일자리 창출 부진, 늘어나는 세금, 정부 비대화와 민간부문 위축, 교육경쟁력 약화, 북핵,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북 경협, 언론자유 후퇴와 국민 알 권리 침해 등 다뤄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각 정당이 대선을 정기국회로 끌어들여 치고받는 데 여념이 없으니 국무위원과 공무원들만 속으로 웃고 있다.

제기되는 의혹이란 것도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가 많다. 신당은 과거 대선에서 재미 봤던 ‘한 방의 추억’을 되살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한나라당도 네거티브 공세를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는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검증은 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가 아니라 선거 운동과정에서 정정당당하게 할 일이다. 국감이 본령을 되찾도록 이, 정 후보가 나서서 국감장의 의원들을 대선 전투에서 풀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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