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금융硏, 누구를 위한 연구원인가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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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은 5일 ‘기로에 선 한국 금융’이란 주제로 GS강촌리조트에서 기자들과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정책’에 관한 토론 도중 “축구도 제대로 못하는 축구선수가 왜 자꾸 야구선수 안 시켜 준다고 난리냐”고 했습니다. 여기서 축구선수는 증권 보험 카드 등 2금융권 계열사를 소유한 국내 대기업, 야구선수는 은행을 뜻합니다. 》

대기업들이 2금융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은행업 진출을 막는다고 불평만 늘어놓는다는 얘기죠.

7월에 취임한 이 원장은 대표적인 ‘금산(金産) 분리론자’로 꼽힙니다. 그는 평소 “세계에서 한국만큼 금산 분리가 완화돼 있는 나라가 없다. 대기업들은 은행을 빼면 증권사 보험사 등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된 금융회사 하나 만들어 놓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학자로서의 소신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연구원이 잇따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이 원장 취임 이후 지나치게 ‘원장의 코드’에 맞춘 연구가 이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달 5일 나온 보고서는 “(대기업이) 계열 금융회사를 통한 부당 지원 및 빼돌림으로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7일엔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최대주주 지분이 10% 미만으로 주요 주주가 없는 은행이 48개”라며 주인 없는 은행이 절반에 이른다고 강조했죠. 14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 완화는 필요한가’ 보고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면 자원 배분이 왜곡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원장은 현 정권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재정·금융담당 위원을 맡았고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금산 분리를 주장하는 현 정권과 ‘코드’가 맞습니다.

금융연구원은 은행의 재원(財源)을 바탕으로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을 사심 없이 연구하는 곳이지 정권이나 원장의 입맛에 맞는 연구만 하는 연구소가 아닙니다. 이 원장 취임 이후 쏟아지는 각종 보고서가 특정 방향으로 너무 치우치고 있는 현실을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합니다.

김상수 기자 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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