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조벽호]도시에 문화를 디자인하자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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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에서 6일 개막한 ‘2007 디자인 비엔날레’가 빛에 관해 다섯 가지 상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빛을 뜻하는 ‘LIGHT’ 중에서 L은 생활의 빛, I는 정체성의 빛, G는 환경의 빛, H는 감성의 빛, T는 진화의 빛으로 해석했습니다. 빛과 그늘이 서로 노니는 아름다움이 광주라는 도시의 이름에 잘 어울립니다.

이곳에서는 ‘U-디자인 시대의 융합과 소통’이라는 국제디자인 콘퍼런스도 열렸습니다. 그리고 한국공간디자인(학)회도 ‘공간디자인(학)의 새로운 지평 융합’이라는 주제로, ‘생태중심 도시와 퍼블릭 인티머시(친공공성) 창출’이라는, 어울림 통합 학술대회를 개최했습니다.

학술 대회의 관심사는 정보기술(IT) 환경이 구축하는 ‘스마트 스페이스’와 생태 도시의 공간적 통섭(consilience)이 어우러지는 정책의 방향에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행사의 백미 중 하나는 독일의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의 ‘미래의 빛을 디자인하다’라는 기조연설이었습니다. 특히 그의 홀로그램 안경은 모든 빛을 하트로 보이게 하는 상상을 현실화해서 독일 사람들이 생각했던 빛과 공간 속에 빚어진 생활양식의 아름다운 디자인 문화를 돌이켜 보게 하였습니다.

독일인들은 빛이 비치는 숲 속의 빈터를 ‘공간(raum)’이라고 불렀으며 하이데거에 이르러 ‘장소’라는 옛 고어 ‘오르트(ort)’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오르트는 모든 힘이 합쳐지는 돌출 지점이며 사유에 대한 경건함이 담긴 곳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어느 한곳에 고착되어 있는 듯하지만 내면으로는 새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열망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제가 광주에서 느낀, ‘빛과 그늘의 유희’가 만들어 내는 공간적 ‘연금술’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01년 뉴욕에서 안식년을 보내던 어느 날, 세계무역센터(WTC)를 향한 테러로 거대 공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국 뉴욕의 모마에서 설치작가 제임스 터렐의 ‘빛을 품은 공간’을 보면서 다양한 형태와 성격의 공간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작품은 낮 동안 빛을 모았다가 밤을 밝히는 섬광처럼, ‘그림자 없는 빛(white out)’으로 초대하는 듯했고 필자에게는 공간디자인을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간디자인은 이제 지구적인 관심과 도전이 되었으며 국가적 어젠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혁신도시 생태도시 등 공간의 경관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미지 홍보를 위한 민과 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지속 가능한 균형 발전과 도시 경관의 친공공성 회복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도시는 이제 건물 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디지털과 문화가 어우러진 ‘소프트 시티’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디자인-모두의 삶을 위한 아름다운 상상전’ ‘공공디자인 활성화 성공 사례에 대한 국제 세미나’도 이런 당면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세미나를 기획 지원하면서 디자인진흥법과 부처별 정책지원체계, 특성화된 지역 개발을 추구하는 ‘클러스터 디자인’과 ‘문화벨트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공간디자인은 이런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는 공간문화정치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울러 공간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일깨우고 시민들의 칭찬과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소통도 시도되어야 합니다. 공간디자인은 장소애(愛)에 대한 친공공성 행복 추구와 더불어 ‘생활 세계’의 구석구석을 아우르며 출렁이는 ‘블루 오션’의 푸른 파도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조벽호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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