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균형발전정책 밀어붙이기 국회가 걸러 줘야

  • 입력 2007년 10월 7일 2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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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임기 말에 바짝 추진 중인 ‘2단계 국가균형발전종합대책’이 일부 지역의 반발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책의 핵심인 ‘발전도(度)에 따른 지역 분류 시안(試案)’이 공개된 뒤 인천시와 경기도가 역(逆)차별에 반발하며 입법 저지에 나서기로 한 데 이어 부산 울산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시안을 내놓은 지 불과 보름 만에 재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미(微)조정보다는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옳다.

정부는 2단계 대책에서 발전 또는 성장지역 기업을 정체 또는 낙후지역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은 모조리 불리하게 등급을 매겼다. 경제논리에 어긋나는 정치적 발상이다. 정부가 법인세 감면 대상 지역을 늘려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할 경우 세수(稅收) 감소가 당초 전망치 1조 원보다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2단계 대책은 평소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권을 비워야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인력과 사회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갖춰진 서울은 도쿄 베이징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의 수도와 경쟁해야 한다. 도쿄 베이징 기업들은 한국 수도권 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균형발전정책을 환영할 것이다. 상당수 기업은 수도권에 공장 짓기가 어려워질 경우 투자 계획을 외국으로 돌려 버릴 것이다.

이번 2단계 대책은 지역별 이해관계나 정치 성향에 따라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는 바람에 토론도 제대로 안 됐다. 30년간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던 일본은 2001년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이를 포기했다. 우리는 국가경쟁력이 더 추락하기 전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은 실패라는 평가가 이미 내려졌다. 임기 말에 가속 페달을 밟을 일이 아니다. 현 정부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보면 균형발전정책이나 남북경협방안 등에서 차기 정부의 로드맵까지 짜 주겠다는 태도다. 지금 이 정부가 할 일은 겸허히 반성문을 쓰는 것이지, 실패했거나 논란의 대상인 정책의 대못질이 아니다.

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무리한 방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그 폐해와 국민 부담이 적지 않으므로 법안을 국회가 걸러 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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