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장기각 法檢대립, 조화로운 접점 찾기를

  • 입력 2007년 10월 3일 2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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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대법원장이 정윤재, 신정아 씨 영장 기각으로 인한 법원과 검찰의 갈등을 우려하며 “국민적 관점에서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고 법원의 영장 기각 사태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했다. 이런 시점에 이 대법원장은 양쪽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재하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 사건에서 불구속 수사와 재판은 사법이 가야 할 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국민적 의혹이 쏠린 사건일수록 영장 단계에서부터 법을 엄하게 적용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도 포기해선 안 될 가치다. 권력형 부정부패의 척결은 선진 사회로 가기 위한 우리 사회의 과제다.

두 사건 모두 권력형 비리에 해당한다.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은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세무조사를 중단하는 비리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국민 세금인 국가 예산을 이용해 신 씨의 출세를 도왔다. 권력층 또는 그 관련자들에게 적용된 영장 기각의 원칙이 보통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느냐는 항변에 법원이 자신 있게 부정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력무죄(有力無罪)’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한 판단도 법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신 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사법의 무정부 상태를 야기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또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장 발부는 개별 법관이 독립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검찰의 성명에 다수 법관이 격앙했다는 소식이다.

이 대법원장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검찰의 부정부패 수사를 법원이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법원과 검찰의 대립이 방치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 대법원장의 말대로 법원과 검찰은 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조화로운 접점(接點)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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