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나이스빗이 남기고 간 숙제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코멘트
“중국은 절대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숫자를 봐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 달러, 미국은 약 13조 달러다. 중국이 매년 10%씩 성장해도 미국을 따라잡는 데 수십 년 걸린다. 그동안 미국은 가만히 있나.”

최근 방한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 중국 난징(南京)대 교수가 지난달 29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패권과 관련해 내놓은 진단입니다. 그는 “중국의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그동안 강연 때마다 성공사례로 거론하는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요.

한국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그는 “굉장히 낙관하고 있다.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리라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그의 표정은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4월 방한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1967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130달러의 빈국(貧國)이었지만 이후 40년 동안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으며 엄청나게 발전했다. 이런 나라에서 FTA 반대시위가 벌어진다는 점이 서글펐다.”

분배를 중시하는 듯한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자기 무덤을 파는 유럽을 왜 따라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 “정부는 기업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현 정부는 기업가 정신이나 기업 활동이 성장할 수 없게 뚜껑을 눌러 닫아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샌드위치’론으로 대변되는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해서도 “삼성이 세계 최고의 제조업체일지 몰라도 자체 기술은 많지 않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성공하려면 개방과 경제개혁을 지향하는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며 “경제개혁과 개방이 차기 대통령 후보 공약 중 상위에 올라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스스로 ‘한국 예찬론자’라고 말하는 나이스빗 교수의 애정이 담긴 비판을 정책 당국자와 차기 지도자를 자처하고 나선 사람들은 깊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