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와 검찰, ‘정윤재 비리 의혹’ 덮고 갈 건가

  • 입력 2007년 8월 29일 2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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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1억 원의 뇌물을 주고받은 건설업자와 국세청 간부 사이에서 ‘소개자’ 역할을 했는데도 청와대는 그의 사임이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라고 감쌌다. 검찰은 그가 대가를 받지 않은 것 같다면서 조사를 하지 않았다. 대통령비서관이 이처럼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정 전 비서관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7월 당시 부산국세청장이던 정상곤 전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을 소개해 줬다. 한 달 뒤 세 사람은 서울에서 저녁식사를 같이했고, 정 전 비서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뇌물이 오갔다. 세무조사는 흐지부지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다른 두 사람의 말만 듣고 정 전 비서관이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가 수수 여부도 그렇지만 소개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는지도 알아봐야 할 부분 아닌가. 그의 행위가 뇌물공여 방조죄에 해당된다는 견해도 있다.

더군다나 그와 친분이 두터운 이 건설업자가 현 정권 들어 수백억 원대의 사기행각까지 벌였다면 ‘권력형 비호’ 의혹도 따져 봐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아 청와대와 어떤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청와대는 국세청 간부가 구속된 다음 날 정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한 데 대해 처음엔 ‘우연의 일치’라고 했다가 나중에 “검찰에 확인해 본 결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 예정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더구나 청와대는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관이 관련된 일을 1년 가까이 몰랐다고 한다. 하나같이 믿기 어려운 설명이다. 막강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은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정 전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고, 17대 총선에 출마한 적도 있다. 청와대에서도 ‘실세 비서관’으로 통했다. 청와대가 임기 말 ‘측근의 비리’를 숨기거나, 그의 정치경력에 흠이 가지 않도록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정 전비서관을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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