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권의식 바닥 드러낸 경찰, 누가 바꿀 것인가

  • 입력 2007년 8월 17일 2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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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경남 밀양시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고법은 “국가는 5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경찰이 피해자 신원을 노출시키고 피해자를 모욕한 데 대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아주 당연한 판결이다.

이 사건의 원고는 밀양의 중고교생 41명에게 1년에 걸쳐 번갈아 성폭행을 당하고 이 사실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여중생이다. 가해 청소년들은 피해 여중생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주었으며, 이 사건을 다룬 국가 공권력인 경찰은 한술 더 떠 여중생의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켰다.

경찰은 경찰서에 범인 식별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장소인 형사과 사무실에 피의자들을 세워 놓고 겁에 질린 피해자에게 범인을 지목하도록 했다. 피해자의 수치심이나 보복당할 우려는 안중에도 없는 국가권력의 인권 유린이었다. 한 경찰관은 “밀양 물을 다 흐려 놨다”며 피해자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었다. 여경은 처음 한 번만 얼굴을 비쳤을 뿐 피해자는 남자 경관들 앞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부끄러움을 느끼며 성폭행 피해 사실을 상세히 털어놓아야 했다.

남성 우월주의와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경찰이 성폭행당한 어린 여학생의 조사를 맡은 사실에 기가 막힐 뿐이다. 이것이 인권경찰, 선진경찰입네 하는 우리 경찰의 현주소다.

경찰의 인권 침해 사례는 부지기수다. 2001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접수한 인권 침해 피해신고 2만762건 중 경찰 관련 신고가 4597건에 이른다. 용의자와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고려하지 않는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성폭행 사건은 범인의 체포와 처벌 못지않게 피해자의 인권과 치유가 소중하게 다뤄져야 함이 상식이다. 전담 여경의 배치, 보호자 동석 의무화, 비디오 증언 허용, 경찰에 대한 감시와 감독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경찰의 인권의식이 지금 수준이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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