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NLL보다 공동어로수역 논의가 현실적이다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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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며 “충돌을 막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양회담에서 NLL 재설정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방안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서해(西海)의 군사적 현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 자칫하면 안보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NLL은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마찬가지로 54년간 유지돼 온 해상 경계선이다. 북의 요구대로 NLL을 서해5도 남쪽으로 옮기면 군사적 충돌은 오히려 훨씬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북은 남쪽을 더 깊숙이 노릴 것이고, 우리 군은 이에 맞서 더욱 활발한 경계활동을 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NLL의 남하(南下)는 특히 수도권 방어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의 NLL 재설정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북은 1973년 10∼11월 43회나 NLL을 침범한 ‘서해사태’ 때까지 20년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1992년엔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부속합의서에 함께 서명해 국제법적 효력도 인정한 바 있다. 그런 북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향후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영해 확장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NLL의 역사를 보더라도 북은 할 말이 없다. NLL은 유엔군사령관이 ‘유엔평화유지군’의 관점에서 그은 선이다. 당시 전 해역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던 유엔군은 38선 이남으로 자진 철수했을 뿐만 아니라 서해5도를 제외한 황해도 인근 섬을 모두 북측에 넘겨줬다.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은 매년 5월 이후 꽃게잡이 철에 주로 일어난다.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도 그랬다. 정부와 군 당국이 이미 제의한 것처럼 남북공동어로수역 설정 문제를 먼저 협의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다. 북은 NLL 문제를 우선 논의하자고 고집하고 있으나 지금과 같은 군사적 긴장 상황 아래서 양보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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