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이라크 美軍지금은 늘릴 때다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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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찜통더위 속에 이라크의 전쟁터 곳곳을 8일간 다녔다. 그동안 상황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한편으로 얼마나 갈 길이 멀었는지를 목격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나오는 “이미 졌다”는 식의 철군론이나 “조금 참자. 형세를 반전시킬 기회가 온다”는 철군불가론은 둘 다 이라크의 엄정한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

미군은 2003년 3월 개전 이래 처음으로 전쟁터 구석구석에서 군사적 승리를 맛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병력 증파’ 전략에 시간을 좀 줘야 할 것 같다. 민주당이 내년에 새롭게 논쟁에 나서더라도, 최소한 2007년 중에는 부시 대통령이 내린 선택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미 육군과 해병대는 무장세력 제압 전략을 잘 펼쳐나가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치안 병력과 손잡고 주민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있었다. 전기, 가스와 상하수도 복구도 느리게나마 진행되고 있었다.

서부 이라크의 대표적 치안 부재 지역이던 안바르 주의 라마디를 예로 들어 보자. 이곳에서 이라크 치안병력은 알 카에다와 이들의 우호 세력에 진저리를 내고 미군과 손잡았다. 미군은 거리 구석구석을 수색하면서 폭발물을 제거했고, 무장세력의 공격을 막아냈으며 이라크 당국의 협조를 받아 테러 용의자를 조사했다.

시아파보다 소수로 사담 후세인을 지지했던 수니파의 ‘현실 깨닫기’는 여기저기서 목격됐다. 변화상은 바그다드 시내, 바그다드 동북쪽의 디얄라 주,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이 위치한 니나와 주, 후세인의 고향 티크리트가 있는 살라하딘에서도 읽혀졌다. ‘후세인 잔당’으로 분류되던 바트당 추종세력과 수니파 강경그룹이 미군과 협조하는 장면을 바그다드에서 여러 번 목격했다.

이라크인들은 미군이 무장반군을 추격해 제압할 첩보를 건네줬다. 그 결과 적군과의 교전은 (매복 테러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 늘 미국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진행됐다.

물론 테러집단 알 카에다가 바그다드 서남부에서 테러를 감행하고, 심지어 무장세력 지도자를 납치해 참수하는 일도 벌어지긴 했다. 그러나 이런 지역에서조차 수니파와 시아파 주민들이 미국과 함께 치안세력을 구성했고, 무장세력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내고 있었다.

병력 증파 작전으로 얻은 소득에는 이라크와 동쪽으로 국경을 접한 이란이 알 카에다 및 시아파 무장세력에 제공해 온 고성능 무기와 폭탄의 반입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있다. 그 결과 민간인 살상의 파괴력과 빈도가 떨어졌다. 물론 미군의 시아파 무장세력 제압이 알 카에다 처리보다 부진한 것도 사실이다.

종파 간 분쟁을 멈추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처럼 분쟁이 계속된다면 후세인을 따랐던 수니파가 미국을 협력대상으로 여기기 어렵다. 알 카에다가 그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미국이 병력을 빼는 순간 두 종파가 혼재하는 지역에서 종파 간, 인종 간 대량살상이 곧바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아파가 주축을 이룬 치안병력은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민간인을 테러하는 것을 방치할 수도 있다. 수니파의 보복심리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이런 갈등을 장악하지 못하면 이라크는 분단의 길을 갈 수도 있고, 국지전쟁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적어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병력 증파 전략에 시간을 더 줘야 한다. 올여름 목격되는 증파의 결과물은 큰 성공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워싱턴 정계가 좀 더 인내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된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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