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일경제 부활 이끄는 BMW 라이프치히 공장

  • 입력 2007년 7월 29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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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독일 BMW는 5년 전 인건비와 땅값이 싼 체코에 새 공장을 지으려 했다. 노조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다른 BMW 공장들보다 주당 3시간 더 일하고 토요일에도 평일 보수를 받겠다고 한 것이다. 또 5000여 명의 노동자 중 절반은 타사의 파견노동자로 충당할 수 있고, 탄력적인 근로시간 연장도 좋다고 했다.

체코로 갈 필요가 없어진 회사 측은 2005년 라이프치히에 새 공장을 세웠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유럽판 5일자에서 “이 공장 건설을 계기로 BMW의 생산량, 매출,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라이프치히 모델’, 즉 임금 인상 없는 노동시간 연장은 최근 2, 3년 사이에 독일 전체로 확산됐다. 폴크스바겐 경영진도 작년 ‘생산라인 해외 이전’ 의사를 내비쳐 노조한테서 주당 4시간 근로 연장이라는 양보를 받아냈다. 이 같은 노동의 유연화는 독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05년 0.9%에서 작년 2.8%로 높아지고, 실업률이 9.4%에서 8.8%로 낮아지는 데 한몫을 했다.

BMW 라이프치히 공장의 ‘대량 맞춤 생산’을 가능하게 한 탄력근무를 현대·기아자동차 노조에도 바랄 수 있을까. 현대차 울산 2공장 근로자들은 일이 많아 주말 특근을 하지만 5공장 일부 근로자는 낮에도 일이 없어 교육을 받기 일쑤다. 기아차 화성공장은 생산라인 이전(移轉)으로 여유 인력이 생겼지만, 다른 차종의 양산을 위해 별도 인력을 채용했다. 회사 측이 노조에 발목이 잡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환 배치를 적절히 할 수 없어서다. 반면 쌍용자동차는 작년에 노조가 전환 배치를 받아들여 올해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

독일 전역에 노동 유연성을 확산해 독일 경제 부활의 견인차가 된 BMW 노조, 양보 없는 투쟁으로 투자 및 일자리를 해외로 내쫓는 현대·기아차 노조 중 어느 쪽이 진정한 승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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