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르코지의 성장촉진委, 노무현의 인적자원委

  • 입력 2007년 7월 27일 2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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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저(低)성장 경제에서 탈출해 획기적인 성장 촉진 방안을 모색할 ‘성장촉진위원회’를 만든다고 한다. 규제를 풀고 성장의 장애물을 걷어 내는 작업에 나설 위원회다. 그동안 복지에 치중해 온 프랑스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선택한 시장 친화적 개혁 중 하나다.

위원장은 ‘미래의 물결’ 등의 저서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래학자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대 총재를 지낸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가 맡는다. 정부 위원회지만 정부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아탈리 위원장은 “프랑스가 세계평균인 5% 성장을 밑도는 2% 성장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면 수많은 규제를 풀어야 하고 사회적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20명 안쪽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될 위원회는 성장뿐 아니라 계층 이동, 사회 정의 등도 고려하는 개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탈리 위원장은 국제기구의 외국인 전문가도 영입할 생각을 내비쳤다. 인선(人選)에서 활동방향까지 ‘코드’를 맞춰야 하는 노무현 정부 위원회와는 다르다. 또 위원회 규모는 작지만 한국 정부의 위원회 대여섯 개를 합친 것과 같은 역할을 맡는다.

어제 청와대에서는 노 대통령이 주재한 제1회 ‘국가인적자원위원회’가 열렸다. 이미 비슷한 활동을 해 온 인적자원개발회의(위원장 교육부총리)가 확대 개편된 이 위원회의 논의 내용에는 새로운 게 없었다. 굳이 위원회로 격상하고 각계 인사 150명을 불러 모아 보고(報告) 방식의 회의를 한 것이 위원회의 내실(內實)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임기 말 대통령의 일하는 흔적을 남기려는 의도라면 회의 비용과 참석자들의 시간이 아까울 것이다. 이미 발표한 방안들을 읽고 또 읽는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작년 노 정부 ‘실정(失政) 백서’를 발표하면서 자문위원회의 무분별한 운용을 5대 오류 중 하나로 꼽았다.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비효율과 낭비에 대한 비판이 이처럼 높지만 정부는 바뀌지 않는다. ‘큰 정부’도 모자라 위원회로 사실상 정부 확대를 추구해 온 노 정부가 프랑스의 성장촉진위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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