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윤주헌]점수따기 전락한 대학생 자원봉사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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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를 뜻하는 영어단어 ‘voluntarism’은 ‘자유의지’라는 의미의 라틴어 ‘voluntas’에서 유래했다. 타인의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자원봉사다.

서구에서 현대적 의미의 자원봉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자발적으로 병역을 지원하는 지원병을 일컫는 말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부상조 정신을 나타내는 두레와 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요즘 대학생에게 자원봉사는 ‘자유의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최대 관심사인 졸업과 취업 모두에서 사회봉사활동 시간이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30시간의 봉사활동이 필수요건이다. 싫으나 좋으나 봉사활동을 해야 졸업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겼다. 말이 30시간이지 조금씩 뒤로 미루다 보면 봉사활동 시기를 놓쳐버린다.

방학 동안에 기업체가 후원하는 대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경쟁률이 100 대 1을 훌쩍 넘는 경우가 태반이다.

졸업만이 아니다. 취업을 위해서도 사회봉사활동이 필수다. 최근 리크루팅 업체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면접평가에 참조하는 항목으로 공모전 수상 여부와 기업체험 프로그램 경험에 이어 사회봉사활동 시간이 중요 항목으로 나왔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공기업에서도 사회봉사활동 시간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대학생에게 자원봉사가 이제는 즐겁고 자발적인 일만은 아니다. 헌혈 증서를 가져오면 한 번에 한해 10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30시간 중 10시간을 헌혈증서로 ‘때우면’ 봉사활동은 20시간만 하면 된다. 취업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대학생은 봉사활동 시간을 만들기 위해 방학 때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자원봉사가 일회성에 그치자 일부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은 이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자원봉사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우리가 소외계층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봉사하는 것은 아닐까.

윤주헌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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