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성훈]FTA협상, 적전분열이 웬말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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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제2차 협상이 20일 끝났다. EU는 세계 최대의 공동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경제 통합의 역사가 매우 길며 중국에 이어 한국의 제2대 교역 대상국이라는 점에서 EU와의 FTA 체결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협상 전 부처 간 이해 조정 필수적

EU가 대내적으로는 완전한 개방과 자유화를 성취하였지만 대외적으로는 품질환경인증인 CE 마크와 환경 규제 등 비관세장벽이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한국 경제에 주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미국과의 FTA에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누계 기준으로 한국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라는 점도 EU와의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적지 않음을 시사해 준다고 하겠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EU와의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전략과 자세가 올바른 것인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며칠 전 신문에 보도된 ‘협상단 내 이견 노출’ ‘한 지붕 두 가족’ 등의 기사가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와의 협상이 제1단계인 국내 협상과 제2단계인 국제 협상 등 두 단계로 진행됨을 잘 알고 있다. 여기서 국내 협상이란 정부가 국내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최근 필자는 한 토론회에서 2단계 협상 모형보다는 정부 부처 간의 협상을 1, 2단계 사이에 끼워 넣은 3단계 협상 모형이 한국에 더 어울릴지 모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부처 간의 이해관계 조정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통해 충분히 합의된 협상 포지션을 확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대표단이 적전 분열의 양상을 보였다면 그만큼 협상 지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둘째, 미국처럼 어려운 상대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해서 EU와의 협상이 용이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는 모습은 절대로 취해서는 안 될 자세이다. 모든 협상에는 상대가 있다.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전략에 따라 우리의 전략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협상이든 최소한의 어려움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U처럼 지난 60년간의 통합 역사를 통해 여러 번에 걸쳐 국가 주권을 제약할 수 있는 국가 간 조약을 체결한 협상의 전문가들이 우리 협상단과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어쩌면 한미 FTA 협상에서보다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할지 모른다.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덜 개방하고 많이 개방시켰으니 EU와도 그런 수준으로 가자는 협상 전략이었다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미국 때보다 더 세밀한 전략 펴야

셋째, EU와의 협상에서는 우리의 개방 기조에 발목을 잡아 왔던 농업부문에 대해 쌍방이 공히 개방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커다란 쟁점 없이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다.

자동차와 전자 등 일부 제조업에서, 그리고 EU가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는 우리 시장을 조기에 개방하고 각종 기준을 EU 기업 및 제품에 유리한 방향으로 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임에 틀림없다. 제2차 협상에서 EU가 요구했다는 ‘원산지 지리적 표시제’와 ‘공연보상청구권’은 대표적 예라고 하겠다. 이런 시장 개방 및 EU 기준의 적용 공세에 좀 더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연말까지 계속될 EU와의 협상에서 한국 협상단이 심기일전하여 다시 한 번 국익 증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통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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