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짜 박사에 놀아난 동국대의 행정난맥

  • 입력 2007년 7월 20일 2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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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는 어제 신정아 조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교수 채용 과정에 아무런 외압이나 비리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교 측이 신 씨를 파면하고 검찰에 고소 고발하기로 한 만큼 검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가짜 석·박사 학위로 유명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거쳐 대학 조교수에 임명되고 국내 최대 미술행사의 하나인 ‘2007 광주 비엔날레’의 공동 예술감독으로도 선정된 신 씨의 학력 위조 책임은 물론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대학의 허술한 학위 검증 시스템과 부조리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동국대는 신 씨 임용과정에서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학력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학미술협의회가 지난해 9월 신 씨의 교수 임용을 앞두고 그의 박사학위가 가짜임을 입증할 자료를 동국대에 제공했지만 묵살됐다. 올 4월에는 신 씨가 박사논문 지도교수 겸 심사위원이라고 주장한 예일대 교수에게서 “신정아가 누군지 모른다”는 e메일까지 전달받았지만 역시 소홀히 다뤘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거듭돼 동국대가 신 씨를 비호할 말 못할 사연이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살 만하다.

대학 책임자들은 신 씨의 학위 검증과정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꿨고, 진상조사도 부실했다. 진상조사위원회마저 학내 인사들로만 구성돼 전직 총장과 이사장을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심지어 신 씨에 관한 ‘엉터리 검증’에 관련됐다는 인사들이 2명이나 진상조사위원회에 포함돼 동국대가 과연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엄정하고 실효성 있는 학위 검증 및 신고 시스템을 마련해 ‘제2의 신정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신뢰는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의 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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