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규진]경제 패러글라이더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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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딩은 한여름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레포츠로 꼽힌다. 패러글라이더에 몸을 싣고 하늘을 날다 보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시원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충북 단양이 패러글라이딩의 최적지로 꼽힌다. 상승기류만 제대로 만나면 강원 삼척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낙하산과 행글라이더의 장점을 결합한 패러글라이더의 국내시장 규모는 연간 50억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로 넓히면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으로 20배나 커진다. 송진석 진글라이더 사장은 1998년 세계시장을 보고 패러글라이더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75억 원으로 국내시장의 1.5배에 달한다. 송 사장은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태평양 너머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진글라이더는 14일자로 막을 내린 본보의 2007년 기획시리즈 ‘세계 최강 미니기업’에 소개된 20개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들 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는 194명, 매출액은 636억 원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평균 31.4%에 달했다. 이들이 국내시장만 보고 뛰었다면 이런 성적표가 나올 리 없다.

세계은행이 5월에 내놓은 자료를 보자.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7876억 달러다. 미국 GDP는 12조4558억 달러, 세계 GDP는 44조4752억 달러다. 달리 말하면 한국시장에 비해 미국시장은 15.8배, 세계시장은 56.4배에 이른다는 의미다.

우리 기업을 44조 달러 규모의 세계시장으로 날게 해 준 ‘경제 패러글라이더’는 바로 자유무역이다. 1부에 소개된 20개 해외 미니기업도 마찬가지다. 만일 보호무역이란 장애물이 있었다면 패러글라이더는 몇 km도 못 가서 추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교역할 수 있는 시장의 규모를 16배로 늘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 기회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국내시장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틈새 품목도 세계로 넓히면 수천억 원짜리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작지만 강한 기업이 더 많이 나오게 하려면 우리 스스로 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문을 닫고 남에게 문을 열라고 하면 누가 문을 열겠나.

물론 문을 연다고 좋은 기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럴 기회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우리 실력이 부족하면 국내 시장을 외국 기업인에게 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미니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보면 이런 걱정은 기우(杞憂)에 그칠 것 같다. 넓은 시장과 공정한 경쟁이란 여건만 주어지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국내 기업인이 많다는 사실을 ‘미니기업 시리즈’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16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유럽연합(EU) FTA 2차 협상이 시작됐다. 2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협상에서 EU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연내 타결 가능성도 높다는 소식이다. EU의 GDP는 2005년 기준 13조5000억 달러로 미국보다도 많다. 한-EU FTA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면 국내시장의 17배에 달하는 자유시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남은 과제는 기업인들이 경제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세계시장을 향해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주고, 친(親)기업 정서를 확대하는 등 상승기류를 한껏 북돋아 주는 일이다.

임규진 경제부 차장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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