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 폐기보다 정상회담 ‘쇼’가 급한 사람들

  • 입력 2007년 7월 17일 22시 00분


코멘트
북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그제 ‘8월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남북관계가 6자회담 과정과 협조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회담 조기 개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11일 “(남북한) 최고위층의 만남은 평화체제와 비핵화,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의 마지막 부분에 이뤄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6자회담의 성공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미국과의 공조가 절실한데 미국이 이처럼 반대하는 남북 정상회담을 꼭 서둘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북풍(北風)의 일환으로 비칠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기가) 두 달 남았든, 석 달 남았든 내가 가서 도장 찍어 합의하면 후임 사장(대통령)이 거부 못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남북 정상회담과 남한 북한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정상회담 개최, 6·25전쟁의 종전선언 제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발 더 나갔다. 그제 한 일간지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10월 금강산 정상회담을 북에 제의할 방침”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한 것은 다행이나 완전한 북핵 폐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오늘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긴 해도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개념적 합의조차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북은 기본적으로 “핵문제는 미국과 직접 대화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들은 6자회담까지도 ‘북-미 직접대화’를 둘러싼 외벽(外壁)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리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낳고 북에 지불할 대가(代價)만 키운다. 지금은 확고한 한미 공조의 토대 위에서 북핵 폐기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섣부른 대선용(大選用) 정상회담은 차기 정권과 국민에게 두고두고 짐으로 남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