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만희]대통령 최우선 책무는 헌법 수호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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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제헌절 59주년을 맞는 날이다. 1948년 7월 17일 국민주권 원리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적 기초 위에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은 그동안 9차례의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 법치국가적 통치 질서 확립의 기본 토대가 됐다. 특히 1987년 민주 개헌에 의한 현행 헌법의 채택으로 과거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는 거의 사라지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크게 신장됐다.

현 정부 들어 헌법논쟁 가열 현상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 보자. 정치적 파란과 격동 속에서 국민은 많은 비극적 사태를 체험했고 독재와 자의적 권력지배로 억압을 받기도 했다. 헌법은 권력 과정을 통제하고 제한하는 최고 규범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명목적 헌법’에 머무른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헌법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권력에 대항하여 헌법과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강인한 불굴의 의지와 행동을 보여 주었다.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패는 4·19혁명이라는 국민의 저항권 행사로 종말을 고하게 됐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국민적 열망이었던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관철해 지금의 헌법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이처럼 민주헌정을 수호하기 위한 능동적 시민의 희생과 노력으로 우리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헌법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헌법에 대해 논쟁이 끊이지 않는 ‘헌법의 시대’에 살고 있다. 현행 헌법에 의해 헌법재판소가 설치된 1988년 첫해에 접수된 헌법소송 사건이 39건에 불과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사건이 폭증했다. 2000년 이후에는 매년 1000건을 넘게 되었고 2005년부터는 1500건에 육박하는 헌법소송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

국민 처지에서 공권력의 행사나 특정 법률에 의한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아 헌법소원 등 헌법소송을 청구하는 사례가 생활화된 점은 국민의 헌법의식이 그만큼 제고됐음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제도의 활성화는 국가권력의 통제를 통해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게 되므로 헌법 발전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는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 정치적 이슈가 뜨거운 헌법 논쟁을 불러온 경우가 많았다.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사학법 개정 등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사건이 되었다.

대통령 자신이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 소추되기도 했으며 예상치 못한 시기에 개헌을 제안해서 정치권과 국민이 당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무원의 선거법상 선거중립 의무 규정에 대해 자연인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개헌논의 국민공감대 바탕으로

현 정부에서 헌법 논쟁이 가열된 모습은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를 말해 준다. 입헌주의의 확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최고책임자로서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헌법의 원리와 기본질서를 준수하면서 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헌법 수호자로서의 책무를 우선시 하여야 하며, 법치주의의 실천을 통해 국민에게 법치와 준법 교육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

한국 헌법의 미래가 걸려 있는 개헌의 제안이나 논의도 더는 정치지도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적 총의(總意)에 따라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통일헌법시대를 대비한 범국민적 초당파적 헌법논의기구의 결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정만희 동아대 법학부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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