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오공단]도마에 오른 ‘중국의 도덕성’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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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발전을 놓고 진정으로 떠오르는 다음 세대의 초강국인가, 아니면 중국을 싫어하는 국가의 과장인가에 대한 논쟁이 잦다. 14년 전인 1993년 나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재직하던 샌타모니카 소재의 랜드 연구소가 미국 국방부를 위해 중국 분석의 과제를 받았던 덕이었다. 중국의 경제 발전이 사회와 정치, 외교, 군사 발전을 동반할지, 그렇다면 미국의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될지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2명, 일본 전문가 1명, 한국 담당자인 나로 구성된 연구팀이 3주에 걸쳐 타이베이, 도쿄, 서울을 각각 방문한 뒤 홍콩에서 합류해 베이징, 산둥 성, 상하이, 광둥 성을 방문하는 대장정이었다. 우리는 허심탄회한 자세로 객관적인 관찰을 하려고 준비했다. 중국의 관료 및 학자, 경제인과 만났는데 베이징 사회과학연구원 교수들과의 긴 토의 모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미국과 중국 외교관계사로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국 교수가 들려준 말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中유해식품 지구촌 건강 위협

“중국은 잠자는 용이라는 소리를 면하려고 사회 발전을 위해 몇 번의 피비린내 나는, 또는 무혈의 혁명을 지금까지 거쳐 왔다. 쑨원(孫文) 선생님의 5·4혁명은 만주족이 한족에게 강요한 긴 머리를 끊는 정도로 그쳤다. 머리 혁명, 옷차림 혁명 정도였다. 공산당 혁명은 정치 혁명이고 민중혁명이며 오늘의 중국 토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의 비참한 생활고와 가난은 이 혁명으로 중단되지 않았다. 문화대혁명은 관료제도와 의식의 혁명으로 시도됐으나 중국을 더 가난하고 비참한 국가로 만들었다. 덩샤오핑(鄧小平) 총서기의 경제 혁명이 처음으로 중국인을 실용적 가치 추구의 나라로 전환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역사적 평가는 크다. 이제 중국이 해야 될 혁명은 가치와 자긍심의 국가로 지도자적인 위치에 서는 중국으로 향하는 혁명이다. 우리는 이 일을 해낼 자신이 있으며 아무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우리 연구팀은 어떤 가치를 중국이 지향하는지 물었다. 교수는 대답 없이 동료들의 얼굴을 지켜봤다. 그가 정직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우리는 판단했다. 다만 저녁 식사 모임에서 중국이 지향하는 가치가 다른 여타 서양 발전국가, 예를 들어 미국과 다름이 없다고 교수가 강조했다.

그는 덧붙였다. “아무도 도덕적 부패, 관료 부패, 부정한 축재, 거짓, 탈법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일, 허위와 기만을 인류의 보편적 좋은 가치라고 믿지 않는다. 중국도 그리고 나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그의 말에 동의하고 좋은 미중 관계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 그의 확신이 우리 보고서에도 인용됐다.

애완동물용 사료에 사용된 악성 물질로 인해 수백 마리의 집고양이가 죽는 끔찍한 사태가 최근 미국에서 있었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긴급 조사를 실시했고 멜라닌을 과도하게 사용한 중국산 밀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판명됐다.

뒤이어 암 유발 물질을 사용한 말린 사과, 금지된 항생물질을 사용한 양어장 생선,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세탁용 물질을 사용한 가공 어패류, 방충제를 사용해서 말린 버섯이 다 중국에서 수입됐다는 보고가 대대적으로 미국 신문에 보도됐다.

인류 보편적 가치 실천해야

음식에서 의복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품이 지구촌 시장에서 활발히 교환된다. 중국산 물품의 위생 상태와 정직성은 전 세계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긴밀히 관련된, 우리 모두의 문제다. 비판과 공포도 있지만 차분하고 냉정하게 중국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족이 될 수 있는가 생각해야 된다.

다음에 베이징을 방문하면 이제 노인이 된 중국 교수를 찾아볼 생각이다. 그도 분명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리라 믿는다. 우리만 아니라 중국인도 희생자라는 사실을! 중국의 정직성이 우리와 그들 모두에게 행복의 지수가 된다는 사실을! 노교수의 정직성이 전 중국에 확대되길 바란다. 그러도록 애써야 되는 기로에 우리 모두 서 있다.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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