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하이킥]사이버 학급서 타학교 학생 첨삭지도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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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경상고 옥영균 교사와 학생들이 토론방에 오른 글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학생들은 “사이버 독서토론은 인터넷 댓글 문화와 비슷해 하루 5분만 공을 들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창원=최세미 기자
경남 창원시 경상고 옥영균 교사와 학생들이 토론방에 오른 글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학생들은 “사이버 독서토론은 인터넷 댓글 문화와 비슷해 하루 5분만 공을 들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창원=최세미 기자
“토끼는 자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라는 윗사람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물론 거짓말이 옳은 행동은 아니지만, 토끼와 자라에게는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경남 창원시 고성초등학교 6학년 이예은 양이 5월 14일 ‘경남교육청 인터넷 학교도서관 관리시스템(dls.gnedu.net)’에 들어가 쓴 글의 일부다. ‘별주부전에서 자라와 토끼의 거짓말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라는 독서토론 주제. 이 양은 지도교사의 가르침대로 ‘6단 토론법(논제-내 주장-이유-설명-반론 꺾기-정리)’에 따라 자기 의견을 정리해 올렸다. ‘논술 토론방’에 올린 이 양의 글에 대해 지도교사는 이틀 뒤 “글의 전개가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의견을 달았다. 이 양은 지도교사의 조언과 친구들이 댓글로 단 의견을 참고해 다시 호흡이 긴 논술문을 작성할 예정. 지도교사는 첨삭지도 내용을 다시 e메일로 이 양에게 보내주게 된다.

이 양은 요즘 경남교육청이 도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무료 운영하는 독서논술 교육사이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각 학교마다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던 ‘학교도서관 관리시스템(DLS)’을 전국 시도 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논술교육과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4월부터 경남교육청이 운영 중인 사이버 논술교육 사이트에는 주제토론방과 첨삭지도 게시판, 논술지도 교사 커뮤니티가 망라되어 있다.

도내 교사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과 관할 교육청 홈페이지라는 공교육의 틀 안에서 독서논술을 배우고 지도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도내 학생 6900여 명이 가입했고, 58명의 교사가 무료 지도에 나서겠다고 자원했다. 경남교육청은 학생과 교사를 초중고교로 나눈 다음 교사 1명에 100명 내외의 학생을 엮어 초등 24개 반, 중등 11개 반, 고등 21개 반 등 총 56개의 사이버 논술반을 만들었다.

사이버 논술교육 시스템을 개발한 경남교육청 산하 경남교육과학연구원 진말득 연구사는 “하나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이 도서 검색, 독서토론, 논술문 작성은 물론이고 첨삭지도까지 받는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봉림초등학교 정영미(26·여) 교사는 초등논술 17반의 지도교사를 맡고 있다. 정 교사가 지도하는 96명의 학생 중 18명은 정 씨가 재직하는 학교 학생이고 나머지 78명은 도내 다른 학교 학생들이다.

정 교사는 “가르쳐야 할 아이가 많지만 퇴근 후 집에서도 틈틈이 첨삭 지도를 할 수 있는 것이 사이버 논술지도의 장점”이라며 “책을 고를 때나 논술지도에 궁금증이 생길 때는 교육청 사이버 논술교육 사이트에 있는 자료실과 토론주제 게시판, 교사 커뮤니티를 참고한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시 경상고등학교 옥영균(34) 교사는 “인터넷 댓글 문화에 익숙한 학생들이 사이버 토론방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글에 대해 어떤 반응이 댓글로 올랐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학생들이 토론방에 자주 들어온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른 학생의 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전문적’으로 다는 중상위권 학생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경상고의 경우 2학년 자연계 학생 전원이 교육청 사이버 논술교육 사이트에 등록돼 있다. 옥 교사는 사이버 토론방에서 오간 대화와 독서논술문의 내용을 점수화해 ‘문학’ 과목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한다.

경남교육청이 의욕적으로 시행 중인 사이버 논술교육 시스템은 몇 가지 숙제도 안고 있다. 몇몇 토론방은 10건 미만의 글이 오르는 등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도가 아직은 낮은 편이다. 또 첨삭지도 경험이 부족한 일부 교사는 짧은 인상평가 수준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경남교육청은 이 사이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제1회 사이버 논술대회’를 열고 있다. 6월 29일까지 도내 초·중·고생 2300여 명이 글을 올렸고 현재 평가작업이 진행중이다. 교육청은 매년 분기별로 사이버 논술대회를 여는 한편, 학교별로 운영 중인 사이버논술 동아리를 교육청 내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창원=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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