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홍규]정부개혁 왜 실패했나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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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democracy)가 잘 작동하려면 국민의 참여(demos)와 함께 정부에 능력(kratos)이 있어야 한다. 참여만 있고 능력이 없다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정부의 유능함은 특히 시대적 변화가 클 때 요구된다. 산업화를 넘어 지식정보화와 세계화 시대로 전환되는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세계 모든 정부가 역량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영국 싱가포르 미국 호주 뉴질랜드가 그랬고 이제는 유럽과 일본이 그러하다. 참여정부에도 개혁은 중요한 화두였다. 문제는 국민이 성과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왜 그러한가? 참여정부의 정부개혁이 갖는 문제를 다음 4가지(4R) 관점에서 정리해 보자.

親시장-反시장 사이 갈팡질팡

첫째, 정부 역할의 정립(repositioning)이 이뤄지지 않았다. 슘페터가 말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은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을 필요로 한다. 지식정보 시대는 시장과 정부의 관계에서 특히 더 친(親)시장화를 요구한다. 선진국의 정부개혁은 시장지향적인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노동당 정부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은 아직 미로를 헤매고 있다. 시장을 강조하는 수사(修辭)는 있으나 마음이 따르지 않는다. 친시장과 반시장의 기로에서 우왕좌왕하기 일쑤고 규제는 변함없고 민영화는 지지부진하다. 문제해결능력은 나아지지 않고 관치 의식에 변함이 없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시장에 대한 믿음을 갖고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분명한 목표를 세워 정부를 정렬시켜야 한다.

둘째, 비대한 정부구조의 조정(restructuring)이 이뤄지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줄인 공무원 5만 명을 고스란히 늘리고 장차관급을 20여 명이나 늘렸다. 시대의 추세에 역행한다. 일본은 10개 성청을 줄였고 러시아는 9개 부처를 줄였다. 미국의 공무원 수는 195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 작은 정부, 그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큰 정부가 가진 해악 때문이다.

조직을 만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없애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비용도 문제지만 없애야 할 조직을 놔두면 없는 일을 만들고 규제를 만들고 정책조정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면서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정부부처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야 참여정부 들어 1000건이나 늘어난 규제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셋째, 효율적 프로세스의 구축(reengineering)이 미흡하다. 선진국은 정부개혁에 기업식 경영방식을 도입했다. 심지어 아일랜드는 서비스 품질을 위해 공공기관에 3개년 전략행동계획서, 연간 계획 및 성과보고서를 내게 한다.

말로만 “혁신”… 역량 못갖춰

참여정부도 기업식 경영을 도입하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역량과 의식의 소프트한 능력이 따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공모제로 사람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였으나, 성과는 아직 별무이다. 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거기다 ‘코드 인사’가 있고 거칠고 자의적인 저(低)품질의 규제까지 있다면 성과는 더더욱 나기 어렵다.

넷째, 정부 활력의 충전(revitalizing)이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가 정책과 제도의 모방시대였다면 미래는 창조의 시대여야 한다. 선진국에도 보고 따라야 할 선례가 없다. 이제는 고도의 지적 역량과 실험정신이 필요하다. 공직자가 그러려면 우선 그들의 명예감과 사기를 북돋워야 한다. 이제는 ‘공무원 때리기’도, ‘코드 인사’로 줄 세우기도 없어야 한다.

태백(泰伯)은 “나라에 도(道)가 없는데 돈 많고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제는 정부에도 나라에도 도를 세울 때가 됐다.

이홍규 한국정보통신대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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