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임상시험 강국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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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의미의 임상(臨床)시험을 처음 실시한 사람은 동물실험을 통해 인위적으로 암 발생을 유도한 공로로 1926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덴마크인 요하네스 피비게르(1867∼1928)다. 그는 1898년 디프테리아에 대한 혈청치료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혈청치료를 하고, 대조집단은 치료하지 않는 무작위 할당 방식을 시행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흠잡을 데 없는 최초의 대조 임상시험이었다.

▷하나의 신약(新藥)이 탄생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임상시험이다. 통상 동물실험 결과가 나온 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임상시험은 절차가 아주 까다롭고 시험 과정에서 지켜야 할 윤리기준이 엄격하다. 국제신약허가규정(ICH)을 지키지 않으면 약효가 입증돼도 신약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임상시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신청 기관의 10%만 임상시험기관인증협회의 인증을 받을 정도다.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며 임상시험을 주관할 능력이 있는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이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관하는 임상시험 시장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세계적 제약사인 MSD는 6월 말 위암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한 첫 번째(1상) 임상시험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시작했다. 또 다른 제약사인 GSK는 신장암 난소암 치료제인 ‘하이캄틴’이 간과 신장 기능 저하에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임상시험을 한국에서 곧 실시한다.

▷국제적으로 40조 원 규모에 이르는 임상시험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전체 임상시험의 70%를 소화하는 전통적인 강국이고 호주가 연간 700여 건에 2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인도도 한국을 바짝 추격 중이다. 한국에선 2000년 5건으로 출발한 다국적 임상시험이 2006년 108건으로 급증세다. 임상시험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병원에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10여 개 병원이 앞 다퉈 임상시험센터를 개설했다. 한국의 뛰어난 의학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의료계의 쾌거요, 희망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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