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택동]‘7000원 절도범 영장’ 檢-法다른 시각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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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 정모(31) 씨는 서울 중구의 한 교회에서 신도의 가방을 뒤져 현금 7000원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이미 절도로 2차례,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1차례 교도소에서 징역살이를 한 전과가 있었다.

검찰은 피해 액수가 적기는 하지만 정 씨를 풀어 주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씨는 영장실질심사도 포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가 지극히 경미하고 증거를 없앨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10일 오후 7시 55분경 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정 씨는 불과 50분 만에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황모(84) 씨의 구멍가게에 침입해 담배를 훔치다 들키자 황 씨의 얼굴을 두 차례 때렸다.

정 씨는 경찰에 다시 붙잡혀 와서는 “교도소에 가려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렇다 할 직업이 없는 정 씨로서는 하루 세 끼 밥 먹여 주고 잠 재워 주는 교도소 생활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번에는 강도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정 씨는 ‘원하던 대로’ 구속이 됐다. 정 씨에게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사건이 일단락된 지 10여 일 뒤 정 씨 문제는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으로 번졌다. 검찰은 최근 법원의 잦은 구속영장 기각이 또 다른 범죄를 낳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고, 법원은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정 씨 사건을 공개하면서 “누범(累犯)인 데다 주거 부정, 도주 우려가 있는 정 씨를 처음에 구속했으면 두 번째 범죄는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법원은 “경미한 사안이라 ‘다시는 죄짓지 말라’는 취지로 기각했다. 인신 구속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맞섰다.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양쪽 얘기 모두 틀리지 않다. 누구 말이 맞다고 섣불리 손을 들어 주기도 어렵다.

하지만 정 씨 사건의 요체는 “먹고살기 힘들어 차라리 교도소에 가겠다”며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는 사회 부적응자들을 어떻게 하면 재활의 길로 돌아서게 할 것인지의 문제다.

영장 발부를 놓고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보다는 정 씨 같은 이들이 범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를 법원과 검찰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장택동 사회부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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