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 아직은 갈 길 멀다

  • 입력 2007년 6월 22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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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방문하고 어제 서울에 온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즉각 폐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비핵화(非核化) 달성이 가능하리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내달 중 6자회담도 정상 재가동될 것이며, 미국이 북의 고농축우라늄(HEU) 장비를 구매하는 방안도 논의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2·13 합의’ 초기 이행시한(4월 14일)을 두 달이나 넘겼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폈다.

북한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예치됐던 2500만 달러를 돌려받으면서 북-미관계 진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힐 차관보를 초청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고 싶다. 모처럼 조성된 이런 분위기를 굳이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의 앞길에는 여전히 장애가 많다. 북한이 설사 초기 조치를 이행한다고 해도 핵 프로그램 신고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부터가 문제다. 이미 개발된 핵무기나 플루토늄, 혹은 우라늄 등 ‘과거 핵’을 제외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힐 차관보는 6자회담 당사국들의 역동적 협력을 강조했지만 일본은 최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본부 건물을 압류하며 북한을 오히려 압박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반응이다. 나머지 5개국의 공동보조가 쉽지 않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북한의 선(先)지원 요구와 핵 폐기 프로그램 이행을 어떻게 맞춰 나갈지도 난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지원을 보류했던 40만 t의 식량 선적을 곧 재개할 채비다. 6자회담보다 남북관계가 앞서 나가는 형국이다. 더욱이 임기 1년 반을 남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주기 위해 정치적 타결을 서두를 경우 미국의 북핵 레드라인이 ‘핵 폐기’에서 ‘확산 및 이전 방지’로 후퇴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로서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할 악몽의 시나리오다. 힐 차관보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우려와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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