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디트로이트와 울산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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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주는 노동운동의 산실이다. 자동차 빅3의 터전이자 막강 자동차노조의 메카인 디트로이트도 미시간 주에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같은 공장에서 미국의 꿈을 이뤄 온 미시간 사람들은 강성 노조가 일자리를 지켜 주고 소득을 보장해 준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미국 차가 일본 차에 밀리고 자동차공장이 중국 등으로 떠나면서 디트로이트는 ‘유령의 도시’가 되리라는 불길한 예측마저 나온다.

▷미시간 주 매키낵 공공정책센터가 1970∼2000년 제조업 일자리 증감을 조사했더니 22개주에선 일자리 143만 개가 창출된 반면 나머지 주에선 218만 개가 없어졌다. 1947년 제정된 태프트-하틀리법은 노조원만 고용해야 한다는 클로즈드숍과 노조의 부당 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태프트-하틀리법을 근거로 일할 권리법(right-to-work law)을 도입한 22개 주에선 경제가 번창했다. 반면에 강성 노조만 번창한 미시간 주는 그 반대였다. 2001년 이래 전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 늘어났는데 유일하게 미시간 주만 뒷걸음질쳤다.

▷위기의식을 느낀 미시간 주가 일할 권리 찾기에 나섰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올봄 컴퓨웨어사 최고경영자가 노조의 무책임을 비난하며 일할 권리법을 도입하자고 총대를 멨다. 주민 56%가 찬성했다. 미시간 주보다 가난한 앨라배마 주는 일할 권리법의 지원으로 3년 내 미시간 주를 추월할 기세다. 현대자동차도 2005년 앨라배마에 공장을 지었다.

▷산업화시대에 사측에 맞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쟁취하던 강성 노조의 시대는 갔다. 세계화 정보화에 따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빅3도 노조에 유례없는 양보를 요구할 태세다.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큰 땅에 사는 미시간 사람들도 최고의 노동운동은 바로 일할 권리 찾기임을 알아차렸다. 금속 노조의 반(反)자유무역협정(FTA) 파업으로 현대차가 또 정치파업에 휘말릴 조짐을 보인다. 울산시민은 파업을 막아 보려고 애를 태우지만 금속노조 지도부는 울산을 한국의 디트로이트로 만들려는 모양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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