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송파신도시, 소형임대 위주로는 효과 적다

  • 입력 2007년 6월 15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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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신도시에 지어질 주택 5만 가구 중 56%는 임대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토지공사가 교통·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서 밝혔다. 임대아파트 중에도 전용면적 18평 이하인 소형이 54%나 되고 국민주택규모(25.7평)까지 합치면 75%가 중소형이다. 당초 정부는 송파에 서울 강남 지역의 고급 주택 수요를 대체하는 중대형 아파트를 집중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드러난 계획은 딴판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강남의 중대형 평형 수요를 흡수할 수 없다.

현 정부는 판교신도시를 계획할 때도 ‘강남 대체용’이라고 하더니 나중에 소형 아파트 비율을 늘렸다. 이른바 ‘강남 대체용 분당급 신도시’의 입지(立地)도 서울에서 뚝 떨어진 화성시 동탄으로 확정해 대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일련의 선택은 강남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가치를 오히려 높여 가격을 떨어뜨리기보다 올리는 요인이 된다.

누구나 형편이 나아지면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 한다. 이런 욕망을 시장원리에 따라 충족시켜 줘야 집값 폭등도, 투기 과열도 완화할 수 있다.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뜯어고치려 하거나, 중대형 아파트가 부족하건 말건 임대주택 우선공급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시장에서 안 통한다. ‘서민의 정부’라고 자랑할지 모르지만, 대형 아파트와 소형 아파트의 가격 차를 더 크게 함으로써 결국은 서민의 상대적 빈곤 의식을 부채질할 뿐이다. 송파신도시에 중소형 임대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 강남에 대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속으로 정부에 고마워할 것이다.

당초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수요를 충족시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의도에 따라 송파신도시를 추진했다면 그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 답이다. 강남을 대체할 만한 땅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강남의 일부인 송파를 소형 임대 위주로 개발하는 것은 토지자원을 낭비하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그리고 강남 재개발의 용적률을 높이거나 강남 인근에 강남 수준의 주거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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