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한중 역사갈등 정치적으로 매듭을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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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관한 한 한국과 중국은 ‘기이(奇異)’한 관계다. ‘기이’하다는 것은 경제나 인적 교류 분야처럼 완전히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양국은 줄곧 양호한 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양국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틀에서 매우 흡사한 정책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핵 협상 과정에서 양국의 지도자급이 만나 논의한 적은 없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언론매체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완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중국이 경제 압력을 제대로 넣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을 비판하거나 원망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일단 중국의 설득이 주효해 북한의 태도가 변하면 한국의 매체들은 쉽게 논조가 바뀐다. 중국이 외교 및 경제 원조를 통해 한반도 북부를 통제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중국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독립성을 높여 가는 것을 환영한다. 또 최근 한미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 문제가 나오면 중국은 한미 군사동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지도자들은 중국은 한반도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한다고 여러 차례 선포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은 중국도 미국 일본처럼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 버린다.

현재 양국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역사 문제다. 현재 가장 엄중한 상태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 갈등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한국과 중국이 가장 역사 갈등이 많은 나라 같다. 전통 민족의학부터 고대 인쇄술, 단오와 중추절은 물론 전통 온돌까지도 모두 논쟁의 대상이다.

하지만 한중의 고구려 역사 문제나 백두산 영토 문제는 중-일 사이의 역사 갈등과 비교하면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도 아니다.

양국의 역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중 역사 문제는 한민족 고대역사 전체로 확대됐다. 하지만 고구려 역사 문제가 여전히 역사 문제의 발단이자 핵심이다.

중국의 유관 기관이 당초 통용되던 역사 해석을 ‘수정’한 원인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한국과 북한에 매우 강렬한 민족주의가 이는 상황에서 장래에 한반도가 통일돼 (한민족의) 포부가 커지면 통일 한국은 ‘역사 이유’를 들어 중국에 영토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심지어 중국 영토에 사는 조선족을 돌려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모종의 역사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는 게 내 추측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 유관 기관의 조치는 방어적이지 결코 공격적인 것이 아니다.

문제는 비록 이런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현재 역사 단계에서 그것을 공개적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특히 중국 역사의 가장자리에 있는 문제를 위해서 이웃나라 민족의 감정을 심각하게 거스르며 한민족의 장구한 역사정서 및 정체성을 버리라고 할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중 정부가 역사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준수해야 할 2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양국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양국민의 민족주의가 서로 대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하나는 양국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역사해석 및 영토를 현상 그대로 고수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한중 정치관계가 기이한 상태에서 벗어나 더욱 좋은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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