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수원]‘文史哲 창의력’이 공학의 미래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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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은 인간을 위한 응용학문이다. 자동차의 안락한 승차감을 위해 타이어를 개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음악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통신 기술을 파고든 많은 기술자 덕분에 과학이 실생활에 접근해 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면서 공학이 실용주의와 편의주의에 치중해 겉으로는 변화무쌍하지만 인간의 기본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하늘을 날며 조감도를 그리려는, 다시 말해 자동차에서 비행기로 또는 라디오에서 TV 방송으로 공학이 도약했듯이 지금은 다른 차원의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길이 보여

최근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과학기술과 문화 예술의 만남’이나 ‘공학교육 혁신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인간의 창의성 구현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키보드만 두들기면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논문 또는 특허로 발표된다. 하지만 구슬을 꿰어야 보물이 되듯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보가 넘쳐 나지만 막상 꿈 꿀 시간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과학기술계에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자연계 대학생에게 교양 교육은 단순한 지식 확장과 흥미 유발 수준에 그치지만 교양은 상황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지식이다. 정보와 지식이 폭주할 때, 폭풍 전야 같은 움직임을 느낄 때,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왕성한 대학 생활을 시험과 리포트 작성으로만 보냈다면 일류대 졸업장을 가졌다 해도 편식에 의한 영양 불균형 상태로 인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체격은 크지만 체력은 약한 셈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컴퓨터 통신기기가 생활필수품이 됐다. 그만큼 과학이 인간에게 다가갔고 삶의 풍요함을 제공한다. 덕분에 첨단 기술이나 과학이 현대인의 상식처럼 됐지만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미래화와 세계화를 위해서는 과학기술계에 재충전이 필요하다. 연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 온 과학자가 많은 성취감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목표 뒤에 보일 듯 말 듯한 비전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입시가 코앞에 닥친 수험생에게 잠을 충분히 자라고 하면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상상력을 동원해 100년 앞을 볼 과학자에게는 문학과 철학 속에서 많은 꿈을 꾸라고 권유하고 싶다. 과학자가 목표인 젊은이에게 들고 다니기도 힘든 두꺼운 전공서적 못지않게 인문학 지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주어진 틀 안에서 유난히 강한 특성이 있다. 사각형 스포츠인 권투나 축구에서 놀랄 만한 투지와 집중력을 자랑했다. 과학 분야에서는 반도체 기술이 세계 1등이고 뒤이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첨단기술과의 통섭 꿈꿔야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문제를 푸는 데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지만 폭넓은 사고를 요하는 분야에서는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교육제도의 탓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역설적이지만 공학 교육에서 교양과정을 강화해 100년 후 인간의 삶을 꿈꾸게 해야 할 이유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대기업도 미래형 최고경영자(CEO)의 자질로 원만한 리더십을 강조하고 공대에서 문사철(文史哲) 권장 도서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 미래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지금은 정보기술, 바이오기술, 나노기술의 융합뿐 아니라 인문학과 과학 기술 분야의 통섭이 글로벌 무한경쟁에 대처하는 방안이라 믿는다.

김수원 고려대 공대학장·공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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