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풀어보는 경제]인적 자본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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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경제학자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는 인적자본이라는 개념은 오늘날 자본이 토지, 공장, 공구, 기계 등보다 인간의 지식과 기술로 표현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콜맨(Coleman)은 기술과 지식 외에도 인적자본의 독특한 측면은 사람들이 서로 결속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경제생활뿐 아니라 사회적 삶의 모든 국면에서도 결정적 중요성을 지닌다. 결속할 수 있는 능력은 역으로 공동체가 얼마나 규범과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의 이익을 더 큰 집단의 이익에 종속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러한 공유 가치로부터 신뢰가 탄생하며 신뢰는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중략) 사회의 구성원이 협상 재판에 따르는 경비가 거의 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비공식적 규칙에 따른다면 거래 비용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다. 기업의 구성원 사이에 신뢰가 붕괴되는 순간, 제반 관계는 세부까지 일일이 규정돼야 하고,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은 성문화돼야 하며, 유사시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제3자가 개입해야 할 것이다.(후략)

해설: 위의 글은 성균관대가 2002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에서 경제 발전을 주제로 제시한 세 개의 글 중 하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책에서 발췌한 것으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서의 신뢰(trust)를 다루고 있다.

전통적 경제이론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 발전이나 생산성은 물적자본, 인적자본, 자연자원, 기술지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물적자본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장비나 건물이라면 인적자본은 노동자들이 교육과 훈련, 경험을 통해 습득하는 지식과 기술이다. 자연자원은 토지 광물 등이며, 기술지식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이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한 나라의 지속적 경제 발전, 경제적 효율성 향상을 위해서는 이러한 4개 생산요소 외에 무엇인가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신뢰도 이 중 하나다. 신뢰란 다른 사람이 자신의 기대에 맞도록 행동할 것이라고 믿는 주관적 심리상태다. 개인들의 상호작용에서 발견되는 신뢰는 한 사회의 거래비용을 줄이고 경제적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자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믿을 만한 정보 획득을 위해 탐색적인 상호작용의 비용이 많이 든다. 또 그만큼 비생산적인 사회적 간접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탓에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술 혁신을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가와 이에 투자할 수 있는 자본가가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자본가는 기업가가 먼저 아이디어를 공개해 주기를, 기업가는 먼저 자본가가 돈을 맡겨 주기를 바랄 것이다. 서로 상대방을 불신한다면 어렵게 만난 둘 사이의 유익한 거래는 쉽게 이뤄지지 못한다.

신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국가를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 있는 자본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그러하듯….

한경동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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