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경제]따로 살 땐 100만 원씩 들던 생활비…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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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장수진
일러스트레이션 장수진
사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이 씨와 그의 여자친구 한 씨는 33세 동갑내기다. 두 사람은 1년 동안의 달콤한 연애를 거쳐 마침내 결혼을 약속했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했던가. 신혼 생활을 위한 전셋집을 구하고, 머지않은 장래에 집을 장만하기 위해 둘은 머리를 맞댔다.

“몇 평짜리 아파트를 구할까? 난 지금 13평 아파트에, 자기는 15평 아파트에 살고 있잖아. 결혼하면 둘이 함께 사니까 28평 아파트를 구해야 되나?”

한 씨의 의견에 이 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혼자 살 때야 각자 화장실, 거실, 부엌이 필요했지만 둘이 함께 살면 이런 것들은 하나면 되잖아. 지금보다 조금씩 넓어야 할 테니까 28평까지는 필요 없고 22평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맞다. 그렇지!” 현명한 배우자를 만났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 씨는 맞장구를 쳤다.

계속해서 이 씨가 물었다.

“우리 한 달 생활비는 얼마나 쓰게 될까? 자기는 지금 한 달에 얼마 정도 써?”

“난 100만 원? 대부분이 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공과금이야.”(한 씨)

“나도 그 정도 쓰는데…. 그렇지만 결혼하면 생활비로 200만 원까지는 들지 않을 거야.”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까봐 걱정하는 한 씨의 손을 잡으며 이 씨가 안심시켰다.

이 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결혼한 뒤 아내인 한 씨가 적은 가계부를 들여다보니 생활비는 독신으로 살 때 각자가 쓰던 것을 합한 것보다 훨씬 적었다. 아파트 관리비는 물론 각종 공과금도 마찬가지였다.

전기료만 해도 텔레비전, 냉장고, 밥솥 등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각자 지불했던 전기료의 합계보다 적은 게 당연했다.

결혼하니까 함께 있어 행복하고, 따로 살 때에 비해 생활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 두 사람. 이들은 이제 미혼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빨리 결혼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 결혼 전도사가 됐단다.

이해: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다.

경제학에서는 1 더하기 1이 2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1 더하기 1이 2보다 클 수도 있고 반대로 2보다 작을 수도 있다.

두 남녀가 결혼하면 독신일 때 지출했던 생활비의 합보다 적게 든다. ‘규모의 경제’라고 부르는 현상 때문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비용 측면에서 경제적이 된다는 의미다.

기업에도 규모의 경제는 나타난다.

기업이 제품 생산량을 늘릴수록 제품 한 개를 생산하는 생산 단가 또는 평균 비용이 떨어진다.

생산 규모가 커지면 기업은 분업과 특화를 원하는 만큼 실현할 수 있고, 한 가지 일을 전담하는 근로자의 숙련도는 높아져 생산성이 향상된다.

평균 비용이 낮아진 기업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같은 조건의 기업이라도 대규모 생산 기업이 소량 생산하는 기업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는 의미다.

과거 정부가 기업 합병을 통해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했던 것이나, 동네의 슈퍼마켓이 비용 측면에서 대형할인점에 비해 불리한 것 등도 규모의 경제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규모가 커져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반면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의 독점화 또는 과점화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 오히려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할까.

경제학자들은 이를 ‘칼’에 비유한다. 칼은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한 도구인 만큼 각 가정은 자유롭게 칼을 가질 수 있다. 그 대신 정부는 그 칼로 남을 해치는 행위는 엄격히 처벌한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규모가 커진 기업의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인위적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 다만, 덩치가 큰 기업이 우월한 힘을 이용해 시장의 공정한 규칙을 어길 때 이를 엄중히 다스리면 될 뿐이다.

한진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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