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정빈]한미 FTA 대책 ‘감성’을 넘어 ‘이성’으로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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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마침내 타결됐지만 아직도 협상 결과에 대한 찬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선진통상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며 협상 결과를 국익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진보성향의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퍼주기 식 졸속 협상의 전형이라며 수용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미 FTA 체결로 이익과 손해가 갈리는 경제부문별로도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재계 지도자와 경제단체 등 비농업부문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반면 농민단체와 농업생산자들은 협상 무효를 주장하며 비준 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한다.

FTA 협상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견해차와 경제부문 간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진통은 불가피하다. 포괄적 분야에 걸친 FTA 체결은 원천적으로 이익을 보는 부문과 피해를 보는 부문이 구분되는 비대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본질적으로 갈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과의 FTA 추진으로 피해를 보는 대표적 취약 산업인 농업이 생존권 차원에서 반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따라서 FTA 체결로 피해를 보는 산업의 반발과 사회적 갈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원만히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남은 핵심 과제는 이해부문 간 합리적 의견 조율을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상주체인 정부와 국회비준권을 행사하는 정치권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개시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 준 사회적 합의 도출이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 노력은 매우 실망스럽다. 국가 운영의 비전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야 할 주체들이 오히려 이해부문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이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정부가 도출해낸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표적 피해 산업인 농업부문의 경우도 일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당초 미국이 주장한 ‘모든 농산물에 대한 개혁적 관세 철폐’는 피했다. 지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보다 개혁적인 시장개방이 논의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동향 등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수용 가능한 협상 결과가 도출됐다고 본다.

예를 들어 주요 품목에 대한 10년 이상의 관세 철폐와 계절관세 도입, 식용농산물에 대한 높은 관세 유지, 그리고 수입 급증에 대비한 긴급관세조치 도입 등은 농업부문에 대한 충격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FTA 체결로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바로 우리 농업임은 분명하다. 정부는 조속히 농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기존 농업농촌발전대책을 보완한 내실 있는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생산농가와 농민단체의 불안을 덜어 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냉정을 되찾고 한미 FTA 협상 타결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보완대책을 치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때다. 한미 FTA 체결로 예상되는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함으로써 국가 이익을 높이기 위한 효과적이고 단계적인 실천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 농경제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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