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이라크 정상 ‘협력 다짐’ 實效 거둬야

  • 입력 2007년 4월 12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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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라크의 최고지도자가 1989년 수교 이래 처음으로 만났다. 노무현 대통령과 방한 중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어제 청와대에서 회담을 하고 이라크 재건에 대한 두 나라 간 협력을 다짐했다. 알말리키 총리는 한국 기업들이 이라크의 유전 개발 및 발전(發電)시설 복구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견해 이라크의 민주화와 재건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와 국민은 두 나라 간의 호혜적이고 실질적인 관계 증진을 위해 더 노력하고 열매를 키울 필요가 있다.

알말리키 총리는 “한국은 유사한 경험을 가진 매우 훌륭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가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민주화와 근대화를 동시에 이룬 ‘코리아의 기적’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라크는 서울에서 7000km 이상 떨어진 ‘먼 나라’지만 우리와 닮은 데가 많다. 유구한 역사와 열강의 침탈이 그렇고, 독립 이후 극심한 내분(內紛)을 겪은 것도 그렇다.

중동은 지금 ‘차임(CHIME)’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만큼 세계의 신흥경제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China) 인도(India)에 이어 이젠 중동(Middle East)이라는 뜻이다. 오일 머니 덕분이다. 연간 150억 달러 안팎인 걸프협력협의회(GCC) 6개국과 아시아권의 거래 규모는 2020년엔 3000억 달러로 급증해 13세기에 끊어졌던 실크로드가 다시 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에 이어 석유매장량(1150억 배럴)이 세계 세 번째인 이라크가 안정과 민주화만 이룬다면 우리에게 ‘제2의 중동 붐’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2300여 명의 국군 장병이 쿠르드 지역에서 땀 흘리며 우의와 신뢰를 가꿔 온 만큼 우리는 어떤 나라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도 갖지 못한 자산이다.

하지만 2004년 김선일 씨 피살 사건으로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세계 메이저사(社)는 물론이고 네덜란드 터키 캐나다 같은 나라가 이라크 석유 개발을 선점하고 있다. 이제 국력에 걸맞은 세계평화 기여뿐 아니라 에너지 확보와 미래의 중동시장, 그리고 ‘파병 실리’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한-이라크 관계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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