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우석 악몽’ 벌써 잊었나

  • 입력 2007년 4월 10일 0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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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이 대학 이병천(수의대) 교수팀의 ‘늑대 복제’ 논문에 대한 검증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26일 이 교수가 멸종 위기에 놓인 회색 늑대 두 마리를 세계 최초로 복제했다고 발표한 뒤 과학계 일각에서 ‘성과 부풀리기’와 논문 오류 의혹이 제기되자 학교 차원의 진실 규명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05년 황우석 사태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때처럼 복제 성공률과 핵심 데이터의 오류 여부를 놓고 의혹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학술지 ‘클로닝 앤드 스템 셀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복제 늑대 두 마리가 수정란 251개에서 얻어져 복제 성공률 0.8%를 기록했다’면서 2005년 자신이 주도한 개(犬) 복제의 성공률 0.09%보다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너피’로 명명된 이 개의 복제 성공률은 이보다 두 배 높은 0.18%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는 ‘단순 실수’라고 주장했으나 늑대 복제의 성과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개 복제의 성공률 수치를 낮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논문의 핵심 자료라고 할 수 있는 복제 개와 늑대의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표에서도 오류가 발견됐다. 이 교수는 이 역시 ‘착오’라고 주장하지만 객관적 조사를 거쳐야 한다.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던 이 교수가 비슷한 의혹을 다시 받는 것만으로도 과학계에는 큰 부담이다. 조사 결과 논문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의혹 제기와 논란만으로도 대외 신뢰도는 큰 상처를 입는다. 각국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는 생명공학 연구에서 우리의 재기(再起)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아직도 황우석 사태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번에도 외부의 의혹 제기에 ‘단순 실수일 뿐’이라며 이 교수를 감싸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신속하고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가동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야 연구 부정이 발을 붙이지 못하고 한국의 생명공학이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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