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되지도 않을 개헌’에 공무원 들볶기

  • 입력 2007년 3월 15일 2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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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헌법개정추진지원단(단장 국무조정실장)이 어제 주최한 헌법개정시안 토론회에 각 부처 공무원들이 강제 동원됐다.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는 물론이고 과천 및 대전청사에 들어 있는 49개 부처에 공문을 보내 소속 공무원 3명씩을 토론회에 참석시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국민 다수와 제1당인 한나라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당이 반대하고 있는 개헌을 위해 계속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뭔지 납득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의 개헌 추진은 ‘헌법 제정 및 개정 주체’인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반(反)민주의 전형이다. 게다가 토론회에 직업공무원들을 강제 동원해 개헌 주장의 ‘정당성’을 주입하려는 시도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이 특정 정권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명시하고, 이를 위해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도 마찬가지다.

토론회 참석 공무원들은 이날 오후 내내 자신의 고유 업무에서 벗어나 장시간 업무 공백이 불가피했다. 그만큼 봉사의 대상인 국민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업무 연계성이 있는 법무 관련 공무원에 한정했다”면서 “가끔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가지고 왜 문제 삼느냐는 식의 태도다. ‘공무원은 언제든지 부릴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의 전형이다. 법무 관련 공무원들을 통해 개헌 논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공무원 사회에 전파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공무원도 공적(公的) 업무를 떠나면 국민이고 유권자다. 만약 정부가 개헌을 계속 밀어붙여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고 국회 의결에 이어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공무원들도 한 표를 행사할 자격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토론회 동원은 정권에 의한 일종의 사전선거운동이다. 개헌을 이슈화함으로써 정국을 주도하고, 레임덕을 막아 보겠다는 생각인지 몰라도 그럴수록 레임덕이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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