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거래委가 세금 써서 주최한 ‘신문 욕하기’대회

  • 입력 2007년 3월 14일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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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신문구독 불편 사례 수기(手記) 공모’ 결과를 내놓았다. 발상부터가 권력에 비판적인 신문을 옥죄기 위한 것으로 치졸하기 짝이 없지만 결과는 더 황당하다. 수상작이라고 뽑은 글들을 보면 신문을 욕보이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신문사의 행동에 치를 떨어 다시는 가정에 배달되는 신문을 보지 않기로 했다’는 섬뜩한 글이 최우수상을 받고, ‘돈 버는 종이로 둔갑한 여우탈이 바로 불신 받는 신문들의 이름표다’는 글이 장려상을 받았으니, 세계 어느 나라 정부가 신문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하는가. 국민으로 하여금 노골적으로 비판 신문을 증오하도록 만들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공정위가 할 일인가. 과연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부기구인가, 권력을 위한 조직인가.

우리 신문시장 규모는 국내 상장기업 전체 매출액의 0.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정위의 ‘신문시장 손보기’는 과잉규제의 차원을 넘어 비판 신문을 표적 공격하는 단계다. 지난해 이후 공정위의 전원회의에 상정된 안건 128건 가운데 신문시장 관련 사안이 30%에 육박하는 36건이었다. 공정거래 위반 사례를 신고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포상금 건수는 신문사 관련이 9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신문업계가 내부 규제를 하고 있었던 시절인 2002년의 판촉용 무가지를 문제 삼아 동아 조선 중앙일보 3개 신문에 5억5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뒤늦게 문제 삼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하철마다 넘쳐나는 무가지의 등장으로 유가지, 무가지의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에서 납득할 수 없는 조치다.

비판 신문을 향해 주어진 권한을 총동원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도는 정권 뜻에 따라 비판 신문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공정위는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그만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공정위가 올해 내건 구호는 ‘경쟁질서 확립, 믿음직한 공정위, 행복한 소비자’라고 한다. 공정위는 이런 구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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