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136부터 도전자는 초읽기에 몰렸다. 흑 137은 당연한 수비. 가령 참고도 흑 1로 지키다가는 백 2 이하 8까지의 수단이 있다. 백 138부터 혼신을 다한 끝내기 싸움이 이어진다. 반 집일까? 한 집반일까?
종일 이창호라는 태산을 기어올랐다. 태산은 골이 깊고 산세가 험했다. 상대의 두터움을 의식해 시종 두텁게 한걸음씩 내디딘 끝에 산정에 다다랐다. 그때까지도 태산은 말이 없다. 문득 “여기가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태산이 빙긋이 웃으며 뒷덜미를 쓰윽 낚아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 태산이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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