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일체유심조

  • 입력 2007년 3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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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 굳이 좌상귀의 ○자리를 밀고 들어갈 필요가 있었을까? 좌상귀 백대마의 사활은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손을 빼도 쉽게 잡힐 모양이 아니다. 흑 ○와 교환하는 바람에 151, 153으로 1선에 젖혀 잇는 선수 끝내기를 당했다. 2집 손해다. 중반의 한 집이 금싸라기라면 종반의 한 집은 살점이다.

백 136부터 도전자는 초읽기에 몰렸다. 흑 137은 당연한 수비. 가령 참고도 흑 1로 지키다가는 백 2 이하 8까지의 수단이 있다. 백 138부터 혼신을 다한 끝내기 싸움이 이어진다. 반 집일까? 한 집반일까?

종일 이창호라는 태산을 기어올랐다. 태산은 골이 깊고 산세가 험했다. 상대의 두터움을 의식해 시종 두텁게 한걸음씩 내디딘 끝에 산정에 다다랐다. 그때까지도 태산은 말이 없다. 문득 “여기가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태산이 빙긋이 웃으며 뒷덜미를 쓰윽 낚아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 태산이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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