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非理는 약한 처벌이 창의적”이라는 경찰청장

  • 입력 2007년 3월 7일 2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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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순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서 감사관들의 ‘청렴도 향상 혁신전략 워크숍’에서 놀라운 말을 쏟아 냈다. 그는 “(오락실 업주와 경찰관의) 친분 관계에 따라 실수(비리)가 있기 마련인데, 사행성 오락실 수사에서 경찰관 구속자가 늘어난 것은 실수를 대서특필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며 언론을 공격했다. 도대체 누구를 닮았는가.

오락실 수사는 ‘바다 이야기’ 파문을 계기로 시작됐고 이 수사를 통해 오락실 업주와 경찰의 유착 관계가 곳곳에서 적발됐다. 단속 정보를 알려 주고 돈을 받고, 철마다 용돈 얻어 쓰면서 오락실의 불법 영업을 봐주는 것이 엄벌 받아야 할 독직(瀆職)이자 범죄가 아니라 단순한 친분 관계라는 얘기인가. 언론이 이런 경찰 비리를 보도하지 않았으면 굳이 구속할 것도 없었다는 인식인가.

이 청장은 “경찰관 음주운전을 가혹하게 처벌하니까 뺑소니까지 친다”는 말도 했다. 그런 논리라면 민간인 음주운전자 뺑소니에 대해서도 해당 범법자를 벌할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에 대한 엄한 처벌’을 삼가야 할 일이다.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을 받으면 자동차 창문을 열고 “식구요∼” 하며 넘어가는 사례를 아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어쩌다 말썽이 나는 것은 음주로 사고를 내서 피해자가 생긴 경우다. 청장이 휘하 경찰의 음주운전에 대해 엄하게 경고하지는 못할망정 처벌이 가혹하다니, 경찰에겐 음주운전 특별면허증이라도 내줄 생각인가. 그는 “일정 수준의 범죄율은 있을 수밖에 없으니 과잉 처벌하지 말라”고도 했다.

준법질서의 사령관이어야 할 13만 경찰의 총수가 다른 자리도 아니고 청렴도 향상 워크숍에서 이런 말들을 하니 경찰의 기강이 서겠으며, 국민의 준법정신이 다져지겠는가. 경찰 비리를 약하게 처벌하는 것이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발상’이라고 하는 이 청장이 정상(正常)이라면 이 나라는 이미 법치국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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