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병욱]환경외교 대표선수 키우자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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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의 진실은 무엇이고 우리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주제를 놓고 전 세계 지도자들의 행보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불편한 진실’이란 영화를 제작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면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는가 하면, 다보스포럼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도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지구 온난화가 전쟁만큼이나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하고 유엔이 이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촌 환경규제 강화되는데

이처럼 최근 들어 환경문제가 중요한 정치 이슈로 대두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했던 조창범 주호주 대사는 오존층 파괴로 높은 피부암 발병률, 그리고 지난 5년간 가뭄과 수차례의 산불에 시달려 온 호주 유권자들이 다가오는 총선에 앞서 후보자들의 환경 공약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어 전 부통령도 그렇지만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그가 소속된 공화당의 연방정부와는 전혀 다른 기후변화 정책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이제 환경 이슈는 경제는 물론 정치 영역에서도 핵심 어젠다로 대두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구 차원의 환경 논의는 실로 복잡다기하게 전개되고 있다. 무려 250개에 육박하는 환경 관련 국제협약이 존재하며 우리나라의 이해관계에 직결되는 것만 해도 6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최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유해 화학물질, 자동차 배출가스, 폐기물 등과 관련된 각종 환경규제 조치들은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인 전자전기 및 자동차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우려해 오던 환경과 무역의 연계 논의가 이제 급속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환경협약이고 어디까지가 경제협약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구촌의 환경 논의가 복잡하고도 바쁘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 환경 논의는 그 내용의 복잡성 못지않게 견해가 서로 다른 수많은 국가와 협상을 전개해 나가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영역이다. 따라서 국제 환경협상에 참여하는 우리 정부 대표단은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의 외교와 통상 문제를 총괄하는 외교통상부에 과연 환경외교 전문가가 몇 명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환경 문제이면서 외교통상 문제이기도 한 국제 환경협상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몇몇 담당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과 노련미를 갖출 기회를 얻기 힘든 실정이다.

전담부서 없이 ‘땜질 협상’ 일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경부, 산업자원부 등 유관 부처에서 직접 국제 환경협상 테이블에 참여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가끔씩 국가 차원의 정제와 조율이 생략된 의견이 제기돼 서로 당황하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런 수준의 환경외교에 만족할 순 없는 노릇이다.

수출과 직결되는 수많은 환경규제 조치가 속속 시행되고 있으며, 장차 우리나라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기후변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강조되고 강화돼야 할 정부 기능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환경외교라고 생각된다. 전문성과 노련미를 두루 갖춘 우리 외교관들이 국제 환경 논의의 현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이병욱 세종대 교수 한국환경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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