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현장에서/‘묻지마 판매’ 언제까지…

  • 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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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주식연계증권(ELS)에 투자해 보시면 어떨까요? 6개월마다 찾아오는 조기 상환일에 두 종목의 주가가 처음 가입하실 때 주가의 90% 이상이면 수익률이 연 12%나 됩니다.”

“요즘 해외펀드가 인기잖아요. P사의 ‘재팬코아주식펀드’를 추천하고 싶네요. 수익이 안정적인 일본 기업의 주식에 60%를 투자하니까 덜 위험하죠. 환헤지라는 걸 하기 때문에 환율이 변해도 위험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원-엔 금리차를 이용한 ‘선물환 프리미엄’도 연 3% 확보하실 수 있고요.”

최근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회사에서 투자 상담을 받았다면 이 두 가지 상품 중 적어도 하나를 추천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ELS와 해외펀드.

국내 금융상품 중 가장 ‘잘나간다’는 이들 금융상품엔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금융공학’으로까지 불리는 복잡한 파생상품(옵션, 선물환 등)을 기초로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제법 긴 시간을 설명에 할애하지 않는 한 상품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듯싶다.

사실, 이런 상품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일반 투자자뿐이 아닌 것 같다.

국내 한 금융회사의 상품기획팀장은 “수십 여 개의 펀드상품 가운데 어떤 펀드를 가져다 팔 것인지 결정할 때, 무엇보다 우리 직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가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금융상품 가운데 금융회사 직원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적지 않다는 뜻이리라.

한 투신사 관계자도 “상품의 성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투자자에게 권하는 ‘불완전 판매’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2004년 10월 간접투자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30시간 교육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4월부터는 자격시험을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철저한 사후 관리로 판매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투자의 1차적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엔 금융환경이 너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나연 경제부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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