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완규]지자체 ‘국제행사 유치’ 돕자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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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대부분의 지방은 경기 침체로 주민이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회생을 위한 재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신규 투자가 일어나지 않고, 이는 경기 침체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까지 만들어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으나 지역 간 경제력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주민과 손잡고 눈물겨운 노력

이 같은 시점에서 며칠 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강원 평창 주민이 연도를 가득 메우고 평가위원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한 국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하고자 하는 인천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희망하는 대구, 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전남 여수에서도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인천을 제외하면 모두 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다. 현 상황에 좌절해 아예 시도조차 해 보지 않을 수 있는데도, 스스로의 힘으로 난관을 뚫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다. 다른 지방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국제 행사를 통해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엄청난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개최를 통해 우리 모두가 이미 경험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동계올림픽 개최로 총생산은 11조5000억 원, 고용 증대는 14만4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2일부터 대구에서 현지 실사에 들어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우 유치 효과는 총생산 3000억 원, 부가가치 1300억 원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들 대회의 유치로 강원도와 대구는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확실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평창과 경쟁하는 러시아 소치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스키를 타고 내려와 직접 브리핑을 하고 언론을 상대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단순한 이벤트로만 볼 수 없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는데 후보지 실사에 관한 한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유치위원회의 빈틈없는 실사 준비와 대규모 주민까지 동원한 열렬한 환영행사를 러시아나 오스트리아가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이들이 우리가 보여 준 것에다 무엇인가를 더 보태리라는 점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스키를 탄 대통령의 등장이 그런 사례다. 지난 일이지만 우리 대통령이 평가위원을 청와대로 불러 당부를 한 것도 좋지만 평창을 직접 찾았더라면, 푸틴 대통령의 깜짝 쇼는 빛이 바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방 지원 선택과 집중 필요

이제부터라도 중앙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안간힘을 쓰는 지방의 눈물겨운 유치 노력의 짐을 덜어 줘야 한다. 사안의 중요성을 분간하지 않고 일반 사업과 똑같이 간주하는 ‘나눠 먹고 나눠 주기 식’ 중앙정부의 지원은 규모 자체가 작아 별 도움이 안 된다. 스스로 의지와 비전을 갖고 노력하는 지방에 전략적으로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까지 혜택이 파급될 수 있다. 지방도시의 국제 행사 유치 노력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 중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앞두고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큰 강도 없고 날씨도 건조한 베이징 도심의 잔디에 살수차로 물을 뿌려 대면서 ‘녹색 올림픽’ 구호를 외쳤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의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차르트의 고향이자 평창의 또 다른 경쟁 도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선 3월에 어떤 깜짝 쇼가 벌어질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박완규 중앙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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