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지막 날 세상을 떠난 립셋이 “성공은 상황에 달렸다”고 강조했던 대목은 그러나 주목받지 못했다. 경제 문호를 연 지 30년이 다 돼 가는 중국은 정치 민주화 없이도 잘살 수 있다는 ‘베이징 모델’을 선도할 기세다. 지식의 발달과 함께 독재 기술도 진화하는 걸까. 국민의 삶과 경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정치적 반대의 확산을 막는 ‘전략적 조정(strategic coordination)’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의 포린 어페어스지는 그중에서도 첫 번째 조정이 언론 자유 탄압이라고 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긴 2006년 언론자유지수에서 중국은 163위, 북한은 꼴찌인 168위다. 1위는 부패 없고 경쟁력 높기로 유명한 핀란드이고 미얀마 쿠바 등 독재국가는 밑바닥이다. 우리나라는 31위지만 1일 나온 연례보고서는 참담하다. ‘헌법재판소가 언론 자유에 반(反)하는 신문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며 ‘신문 시장을 통제하려던 노무현 대통령 측의 패배’라는 것이다. 그런 노 대통령이 며칠 전엔 “기자들이 정말 학습을 하는 자세가 돼 있는지 걱정”이라고 딴죽을 걸었다.
▷마침 북한 중앙방송은 그제 ‘선군(先軍)혁명의 나팔수’를 자임하는 기자들의 충성 맹세를 내보냈다. ‘기자들은 혁명의 필봉으로 당을 받드는 선군혁명투사가 돼야 한다’는 김정일 문헌 발표 4돌을 맞아 ‘인민기자’들이 “선군혁명 총진군에서 진격의 나팔수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는 보도다. 노 대통령은 우리 언론이 ‘노사모 혁명의 나팔수’가 되지 않는 게 끝내 못마땅해 저렇게도 언론에 칼을 꽂는 걸까.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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